그린피 직접 규제하겠다는 정부
11월 ‘체육시설 개정안’ 시행령 논란, 대중제골프장 가격 조정 '강제', 정부 "그린피 인하 효과" vs 골프계 "세금만 징수"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골프장 요금을 인하하겠다고 나선 정부의 관련 법 개정 작업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세제 감면 혜택을 내세워 사실상 정부가 골프장 요금 상한선을 정하는 것이어서 인위적인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일 한국대중골프장협회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이달 말 입법예고할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체시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개했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담은 것으로, 현행 비회원제 골프장에 주고 있는 세제 감면 혜택을 일정 골프장 코스 사용료(그린피) 요금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만 적용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 안대로라면 법안이 시행되는 11월 4일부터는 비회원제 골프장이 지금처럼 재산세·개별소비세 감면을 받으려면 정부가 정한 상한선 이하로 그린피를 받아야 한다.
◆"너무 비싸" 불만에 요금 직접 통제하겠다는 정부= 개정 체시법은 회원제골프장업과 비회원제골프장업으로 구분했던 골프장업의 세부 종류를 사실상 회원제-비회원제-대중형으로 세분화했다. 지금까지는 비회원제에 대해서는 개별소비세를 면제해주고 재산세를 감면해 줬지만 앞으로는 이용료 등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대중형 골프장으로 따로 지정해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회원제골프장에는 1인당 개별소비세(2만1120원)가 부과되고 재산세율은 4%가 적용된다. 반면 대중제골프장에는 개별소비세를 물리지 않고, 재산세율도 0.2~0.4%로 낮춰준다.
특히 정부가 공개한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비회원제 골프장이 앞으로 이같은 세제 혜택을 계속 받으려면 그린피가 회원제 골프장의 성수기 비회원 평균 요금에서 세금혜택분을 뺀 금액을 넘지 않아야 한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세금혜택분을 이용자 한명당으로 나누면 3만6000~4만원선이다. 레저백서에 따르면 수도권 71개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그린피는 평균 주중 21만7000원, 주말 27만6000원이다. 비회원제골프장이 세제혜택이 유지되는 대중형으로 지정받기 위해선 주중 17만7000원, 주말 23만6000원으로 그린피를 낮춰야 하는 셈이다.
◆원인은 수급인데…"대중골프장 공급만 위축될 것"= 업계는 자칫 정부의 인위적 가격 개입이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골프장 요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로 해외 골프가 막힌데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골프 인구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수급불균형인데 근본적 해법 없이 요금 규제라는 손쉬운 단기 처방책만 제시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장 이용요금이 단기간에 과도하게 오른 것은 맞지만 생필품도 아닌 레저 요금을 정부가 직접 규제하겠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그런 논리라면 성수기 숙박시설이나 음식점 요금도 정부가 직접 규제해야 할것"이라고 지적했다.
요금 규제가 오히려 대중형 골프장 공급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18홀 기준 골프장 공사비의 경우 1000억~1200억원이 소요되는데 요금 규제를 받는 대중형 대신 차라리 회원권 분양을 통해 공사비를 조기에 회수할 수 있는 회원제 골프장이나 요금 책정이 자유로운 비회원제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비회원제골프장 상당수가 세금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우려도 나온다. 대중골프장협회 측은 "비회원제골프장 가격을 낮추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이용 요금 인상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며 "가격 규제는 자유시장경제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업계 내부선 자정 목소리도= 지난해말 기준 국내 골프장 573곳 가운데 대중골프장의 비중은 61.9%에 달한다. 5년전인 2016년의 49.7%와 비교하면 12.2%포인트 늘었다. 특히 최근 10년 사이 신설된 골프장은 대부분 대중제 골프장이며 세제혜택 때문에 기존 회원제가 대중제로 전환한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 레저백서에 따르면 오는 2026년까지 개정 예정인 골프장 69곳이 대중제인 반면 회원제는 1곳에 불과하다. 업계는 요금 3만6000원 인하를 기준으로 할 때 골프장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28억8000만원, 4만원 기준이면 32억원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 부담으로 골프장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그린피가 올라 이용객이 줄어들면 대중제골프장에 대한 투자 열기도 식을 것이란 입장이다. 이때문에 업계나 학계에서는 "골프는 인구의 9%인 514만명이 즐기고 있다"며 "가격 규제보다는 시장기능에 맡겨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100조 날리게 생겼는데…"삼성 파업은 역대급 특수...
다만 경쟁적 요금 인상을 멈추고 업계 스스로 자정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는 뒤늦은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수도권 일대 대중제골프장들 사이에서는 과도한 그린피를 인하하기 위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