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재점화한 대환대출 플랫폼 논쟁
은행권 "플랫폼 운영 업체에 종속될 우려 커"
빅테크·핀테크 "금융 소비자 고려 없는 처사"

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이슈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금리는 낮추고, 정기 예적금 상품의 금리는 올리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7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모습./강진형 기자aymsdream@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금리는 낮추고, 정기 예적금 상품의 금리는 올리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7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모습./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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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한 곳에서 모든 금융사의 대출금리와 한도를 살펴본 뒤 가장 유리한 상품에 손쉽게 갈아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런 대환대출 서비스를 턱 하고 내놓기만 하면 많은 금융소비자가 앞다퉈 가입하려 할 텐데, 실제로는 구현된 적이 없습니다. 금융사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금융당국이 주도적으로 나선 적도 있지만 번번이 무산돼왔죠.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대환대출 플랫폼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건 지난해 2월입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저렴한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는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해 10월 은행권의 시범운용을 시작으로 12월에는 제2금융권까지 참여한다는 목표를 내걸었죠. 은행과 핀테크 기업 실무진과의 논의도 시작됐는데, 포부와 달리 잡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은행 "종속 우려" vs 빅테크 "소비자 편의"

은행에서는 빅테크·플랫폼 업체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금융회사는 고객을 경쟁사에 뺏길 위험이 발생합니다. 플랫폼을 쓰는 금융소비자가 늘어날수록 이러한 리스크는 더욱 커지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고 대형 플랫폼에 대출시장이 종속될 수 있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나왔습니다. 금융업계가 빅테크 기업 위주로 재편될 거라는 걱정인 셈이죠.

금융위가 대환대출 플랫폼을 은행이나 새로운 플랫폼이 아닌 핀테크의 기존 플랫폼을 활용하기로 하자 반발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핀테크 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였는데, 은행에서는 제조·판매 분리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성토했죠. 쉽게 말해 대출 상품은 은행이 만들고, 돈은 플랫폼 운영업체가 벌어들이는 구조가 형성될 거라는 전망이었습니다. 당시 시중은행에서는 아예 기존 1금융권이 자체적으로 대환대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일종의 독립선언까지 나왔습니다.


[송승섭의 금융라이트]왜 은행은 대환대출 플랫폼을 거부할까 원본보기 아이콘

수수료 수준도 큰 쟁점 중 하나입니다. 소비자들이 대환대출 플랫폼을 상시적으로 확인하고 계속해서 대출을 갈아타면 금융사로서는 플랫폼에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대환대출 플랫폼의 수수료율이 현재 빅테크 업체가 공시하는 수수료율보다 높거나 비슷하다면, 금융사들로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니 참여할 만한 매력이 떨어지는 거죠.


2금융권에서도 대환대출 플랫폼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우량고객이 이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카드업계나 저축은행에는 금리가 법정최고한도인 20%에 근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과 대출금리를 놓고 경쟁하게 되면 중신용자 고객 대부분을 뺏길 수 있다는 거죠. 금리를 주요하게 따지는 금융소비자 특성상 업계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할 수 있고요.


국회가 재점화한 논의…이번엔 다를까

반면 빅테크·핀테크 업계의 입장은 좀 다릅니다. 대환대출이라는 제도를 소비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것인데, 기존 금융사들이 수익저하를 우려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환대출 플랫폼 운영업체로 선정된 빅테크 업체들도 다수인데다 경쟁을 해야 하는 만큼 독과점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내다봤죠.


대환대출 플랫폼 논의는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부채대책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좌초됐습니다. 크게 불어난 대출증가세를 잠재우기 위해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는데, 대환대출 장려는 거꾸로 대출수요를 늘리고 자극하는 측면이 있어서죠. 은행들도 금융당국 기조에 맞춰 자체적으로 준비하던 대환대출 플랫폼 논의를 잠정중단했고요.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왼쪽)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왼쪽)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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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하던 대환대출 플랫폼 사업은 최근 정치권에 의해 다시 시작됐습니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서 대출금리까지 오르자,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 중 하나로 대환대출 플랫폼이 떠오른 겁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5일 금융당국을 향해 “대환대출 플랫폼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다음날에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원스톱 대출 이동제(대환대출 플랫폼)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요청했고요.


문제는 은행권과 빅테크간의 견해차가 여전하다는 데 있습니다. 은행권이 독자노선을 추진할 정도로 첨예한 갈등이 빚어졌던 사업인 만큼 이번에도 갑론을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도 올해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대환대출 플랫폼이 원활하게 구축되기는 쉽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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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정치권의 압박이 변수로 여겨집니다.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대환대출 플랫폼의 출범을 요구한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이를 대놓고 거절하기란 쉽지 않을 거란 예측입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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