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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포로"…獨·日 최악의 상황 처하자 보복 나선 푸틴

최종수정 2022.07.06 18:28 기사입력 2022.07.06 18:28

전력난에 경제위기 겹쳐…러시아 경제 보복으로 상황은 악화일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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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우석 기자]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독일, 일본 등 국가가 심각한 에너지·경제 위기를 맞닥뜨리고 있다. 여기에 서방 제재에 반발해 경제 보복를 준비하고 있는 '러시아 리스크'도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등이 독일경제연구소(IW) 조사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5월 독일에서 가계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 온수, 전기 등 생활에너지 비용에 쓰는 '에너지 빈곤층'의 비중이 2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4.5%)보다 10.5% 증가한 수치다.

에너지 요금 비교 사이트 ‘베리복스’는 올해 독일 4인 가족 기준 난방비와 전기요금이 각각 한 해 전보다 1881유로(약 255만 원), 235유로(약 32만 원)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IW는 오일쇼크가 한창이던 1970년대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무역 상황 역시 좋지 않다. 독일의 5월 무역수지는 에너지 가격 폭등 등으로 수출이 감소하면서 10억유로(약 1조3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독일의 무역수지가 적자를 낸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일본도 최근 최악의 전력난에 봉착했다. 이른 폭염에 전력 수요가 증가했지만 에너지 가격 폭등,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발생 이후 원전 전력 비중 축소, 수력 및 화력발전소 가동 차질 등으로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도 일본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엔화는 달러당 135.93엔을 기록, 전년 대비 가치가 21.61% 하락했다. 글로벌 기준유인 브렌트유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수요회복의 영향 등으로 올해 들어 40% 상승했는데, 엔화 가치를 반영해 환산하면 일본에서는 70% 가까이 뛴 것이다. 현지 무역 데이터에 따르면 1톤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비용은 지난 5월 엔화 기준 전년 대비 120% 올랐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제인 나카노 선임 연구원은 "전쟁 이후 높은 연료 가격과 폭락하는 통화를 포함한 여러 요인들이 일본의 에너지 안보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이는 일본이 겪은 가장 심각한 에너지 위기 중 하나가 돼 가고 있다"고 밝혔다.


2월3일(현지시간) 러시아 발트해 연안 도시 칼리닌그라드 인근 해상에 국영 천연가스회사 가즈프롬 소속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및 재기화 플랜트(FSRU) 선박 마샬 바실레프스키호가 정박하고 있다. 유럽은 연간 천연가스 필요량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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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서방 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성 움직임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1일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사할린-2'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사할린에너지'의 모든 권리와 자산을 인수할 새로운 러시아 법인을 설립할 방침이다.


'사할린-2'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동아시아지역의 에너지 개발 사업으로 지난해 이 프로젝트로만 액화천연가스(LNG) 1041만t, 석유 416만t이 수출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특정 외국·국제기관의 비우호적 행동에 관한 연료, 에너지 분야 특별경제 조치에 관한 법안'에 서명했는데, 해당 법안에 따르면 새로 설립된 법인 지분의 절반은 공동 운영에 참여하는 가스프롬 사할린 홀딩 LLC 등이 갖게 된다.


나머지 지분은 이전의 사할린에너지 운영에 참여 중인 영국의 석유기업 셸(27.5%), 일본 미쓰이물산(12.5%)과 미쓰비시상사(10%) 등이 보유 지분에 비례해 받는다.


다만 외국 투자자들은 한 달 이내에 새 러시아 법인 지분 인수를 별도로 요청해야 하고, 승인 여부는 러시아 정부가 결정한다.


투자자들의 요청이 거부될 경우 러시아 정부는 해당 지분을 러시아 회사에 매각하고 외국 투자자 명의의 특별 계좌에 금액을 예치한다. 이후 재정·환경 등 분야에서 벌인 활동을 점검해 피해액을 산정하고 특별 계좌에 예치한 금액 중 산정한 피해액을 제하고 남은 금액만을 돌려줄 예정이다.


파벨 자발니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에너지위원회 위원장은 "일본은 미국 등 서방과 함께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했고 우리는 손실을 봤다. 그러나 일본은 동시에 사할린-2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생산 자원 등을 모두 챙기고 있다"며 "셸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에 제재를 부과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복 의지를 피력했다.


앞서 일본은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주요 인사들의 자산 동결 및 러시아 일부 품목에 대한 수출입 금지령을 내리며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에 동참한 바 있다.


일본은 현재로선 '사할린-2'에서 철수할 의사가 없다고 밝혀왔다. 일본 최대 해운사인 미쓰이 OSK의 하시모토 다케시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일본의 원전 재가동도 한계가 있다며 러시아 LNG가 일본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기업들이 사할린2의 LNG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미쓰이 OSK는 러시아의 국가 정책과 상관없이 가스 공급 업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트 스트림' 가스관을 10여일 간 잠정 폐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가스관 운영사인 '노르트 스트림 AG'는 이날 보도문을 통해 "7월11~21일 노르트 스트림 가스관 2개 라인이 모두 일시 중단될 것"이라며 "기계적 요소와 자동화 시스템 점검을 포함한 정기 점검 작업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노르트 스트림 AG의 최대 주주인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이미 지난달 16일부터 가스관 설비 수리 지연을 이유로 노르트 스트림을 통해 독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을 60% 축소한 바 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NATO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을 방문한 자리에서 독일의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독일은 러시아의 포로다. 왜냐면 러시아에서 60~70%의 에너지를 수입하기 때문이다"라며 경고했다.


천연가스의 55%, 석유의 34%를 러시아에 의존해온 독일은 러시아의 에너지 보복이 본격화되자 가스 비상공급계획 경보를 1단계인 '조기경보'에서 2단계인 '비상경보'로 상향 조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달 공개된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공급을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인프라 시설에 투자했어야 했다"고 말하며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게 된 것은 실수라고 인정했다.


강우석 기자 beedoll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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