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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여름 수박? 엄두도 못 내요"…밥상물가 고공행진에 깊어지는 서민 시름

최종수정 2022.06.30 08:55 기사입력 2022.06.30 06:29

과일·채솟값 훌쩍…양파, 전년 두 배 수준
천정부지 치솟는 밥상물가에 서민들 시름 깊어져
소비심리 위축되면서 상인들도 한숨

29일 낮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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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장사요? 말도 못해요. 너무 어려워요.", "요즘은 지갑 열기가 무서워요"


천정부지로 치솟는 밥상물가에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5.4%로 13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음달부터 전기·가스 요금이 동시에 오르면 하반기 소비자물가가 24년 만에 처음으로 6%대에 진입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상인들의 한숨도 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A씨는 "예전에는 물건을 떼러 매일 갔는데 요즘엔 일주일에 한번 간다"고 털어놨다. 물건이 팔리지 않으니 예전만큼 채소를 들여올 필요도 없어진 것이다. B씨는 "원래 3000~5000원하던 쪽파 한 단이 두세배로 올랐다. 지금은 1만원이 넘어간다"고 말했다.


채솟값 상승은 통인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B씨에게도 직격탄이었다. 그는 "코로나19로 계속 어렵더니 지금은 또 물가가 올라서 상황이 너무 안 좋다"며 "값은 올랐는데 질은 오히려 안 좋아졌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개방으로 인근 관광객이 늘었지만 이 또한 통인시장 상인들에게 호재가 되진 못했다. B씨는 "관광객들이 오시면 좋을 텐데 여기 (시장) 안에는 안 들어오고 밖에 있는 식당에서 밥 먹고 커피 마시고 그런다"며 "여기는 이제 먹거리가 많이 없지 않냐"고 말했다. '통인시장은 기름떡볶이가 유명하지 않냐는 질문'에 B씨는 그저 허허 웃었다.

최근 채솟값의 상승폭은 심상치 않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기준 양파 15㎏의 도매 가격은 2만3200원으로 전년(1만368원)의 약 두 배 수준이다. 다다기오이(100개 기준)는 5만7133원으로 전일(4만9800원) 대비 14.7%, 취청오이(50개 기준)는 2만9700원으로 전일(2만7367원) 대비 8.5% 올랐다. 1개월 전 각각 3만3733원, 1만8875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만원 이상 가격이 훌쩍 뛴 셈이다. 쥬키니 호박 역시 10㎏ 기준 1만9260원으로 전일(1만6400원) 대비 17.4% 가격이 상승했다.


여름의 대표 과일로 불리는 수박도 몸값이 훌쩍 뛰었다. 이른 무더위 속에 수요가 늘어났지만 출하량은 지난해에 비해 4%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의 '농업관측 과채 6월호'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수박 도매가격은 ㎏당 2300~2500원으로 예측된다. ㎏당 1900원이었던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최대 31.6% 인상됐다.


돼지고기 가격도 올랐다. KREI 농업관측센터는 '축산관측(돼지)' 보고서에서 이달 돼지 도매가격을 ㎏당 6000∼6200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달(5204원)보다 15.3~19.1% 비싼 수준이다. 시민들 사이에서 '삼겹살이 아니라 금겹살'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9일 낮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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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 '2022년 6월 소비자동향 조사'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4로 지난달(102.6)보다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낙관적이었던 소비 심리 전망이 비관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날 손자와 함께 통인시장을 찾은 주부 박모씨는 "요즘 장 보기 무섭다. 고깃값, 채솟값이 어찌나 비싼지 몇 개 담았다 하면 10만원, 20만원 (되는 게) 금방"이라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박모씨는 "자취생에게 과일은 사치"라고 전했다. 그는 "특히 수박은 소포장된 걸 사거나 냉장보관을 해둔다 해도 원체 가격이 비싸서 먹기 부담스럽다. 얼마 전에 마트에 갔더니 수박이 2만원을 넘어 살 엄두가 안 나더라. 본가에 가야만 겨우 먹는 과일"이라고 했다.


한편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도 얼어붙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지난달(3.3%)보다 0.6%포인트 올랐다. 현 시점에서 일반 소비자들이 향후 1년간 4% 정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 임금 인상에 대한 압력도 커지고, 이에 따라 다시 가격이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고물가 상황과 관련해 "국제적 여건이 그렇게 전개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민들이 감내해야 하는 생활 비용을 최대한 줄여주는 데에 모든 노력을 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각 부처에 물가안정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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