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추세 바뀔 때까지 물가중심 통화정책 바람직"(종합)
3분기 물가 상승률 정점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문제원 기자]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21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국내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지난달 전망 경로(상승률 연 4.5%)를 상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앞으로의 물가 흐름은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양상, 국제 원자재가격 추이, 물가상승에 따른 임금상승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전반적으로 상방 리스크가 우세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4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간 적지 않은 물가 여건의 변화가 있었다"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정점 기대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고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제한 등으로 수급차질 우려가 커짐에 따라 국제유가가 지난 금통위 직전 109달러 수준에서 6월 들어 평균 120달러 내외로 크게 상승하면서 지난 전망 당시의 전제치를 상당폭 웃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향후 국내 소비자물가 오름세도 지난달 전망경로를 상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해외발 공급충격의 영향이 장기화할 수 있다"며 "주요 글로벌 전망기관들에 따르면 고유가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높아진 국제 식량 가격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국제식량가격 상승에 따른 애그플레이션 현상은 하방경직적이고 지속성이 높은 특성으로 인해 그 영향이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글로벌 공급망도 회복시기가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외 물가상승압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목표인 2%를 넘어 3%를 상회하고 있는 가운데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2% 수준까지 상승했다"면서 "시장기대를 반영한 기대인플레이션 지표(BEI)도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통화정책은 물가, 경기, 금융안정, 외환시장 상황 등 향후 발표되는 경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데이터 기반(data-dependent)으로, 유연하게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현재와 같이 물가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이자지급 부담 증가 등으로 어려워진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가 중요하다"면서 "이에 대해서는 정책공조를 통해 보다 정교하고 미시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에 대한 질의에는 "물가 하나만 보고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아직 3주 정도 남았기 때문에 정보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에 대해선 "쏠림 현상 일어난다면 개입할 이유가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 연말까지 한은의 기준금리가 2.75~3%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에 대해선 "국제 금융시장이나 유가가 불안정하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발표 이후 시장이 새로운 정보에 적응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금리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는게 합리적인지, 또 우리가 생각하는 물가수준이 5%중반이나 6%를 넘어갈지에 대해 예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국내 물가상승세가 정점에 달하는 시기에 대해선 "시장과 전반적인 시각은 3분기 정도에는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이루지 않을까 보고 있다"며 "다만 전쟁 등 불확실성은 아직 큰 상태"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한미 금리역전 우려가 나오는 것에는 "미국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우리와 금리 차가 너무 크면 환율이나 자본유출 등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내외금리 차가 우리나라만 생기는 것인지, 다른 메이저 국가들도 생기는 것인지, 그로 인해 환율에 주는 영향은 어떤 것인지, 자본유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를 살펴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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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립금리를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한은이) 직접 명시적으로 발표하는 건 불가피한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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