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에 美까지 초과이윤세 도입에 정유업계 '가시방석'
유류세 최대폭 인하해도 기름값 잡기 역부족
美, 엑손 등 석유회사 초과이윤에 과세 추진
英, 석유·가스기업에 25% 세금부과 발표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정부가 고유가 대책으로 유류세 인하 폭을 법정 최대 한도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면서 정유업계도 덩달아 긴장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 폭을 현재 30%에서 37%까지 늘려 가격을 내리겠다는 취지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기에는 역부족하다는 지적에서다.
정부가 사실상 최후의 카드에도 기름값 잡기에 실패했을 땐 보다 강도 높은 대책을 고민해야 하는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정유사들은 가시방석이다. 최근 유럽에 이어 미국까지 에너지 기업에 대한 초과이윤 환수제를 도입하는 마당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휘발유와 경유, LPG(액화석유가스) 등에 대해서 유류세 30% 인하 조치가 연말까지 연장된다. 역대 최대 수준의 인하 폭이지만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인하 효과가 상쇄됐다는 지적에서다.
여기에 추가로 정부는 유류세 탄력세율을 조정해 인하폭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류세 중 교통세는 현재 법정세율(ℓ당 475원)보다 높은 탄력세율(ℓ당 529원)을 적용하고 있는데, 법정세율을 기준으로 30% 인하 조치를 시행하면 유류세는 516원까지 내려간다. 유류세 30% 인하 시와 비교해 7% 인하 효과가 추가로 낼 수 있다는 기대다.
하지만 추가 인하가 ℓ당 57원에 불과해 기름값 부담을 완화키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경유 판매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은 마당에 인하를 체감하기엔 쉽지 않다. 특히 국제유가도 최근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또다시 기름값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유류세를 30% 인하했는데 기름값이 2000원을 넘은 상황에서 40%, 50%를 줄인다면 세수 부족문제에 부딪힌다"면서 "보조적인 혜택을 줘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는 이미 지났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상황에서 유럽과 미국은 에너지 회사에게 초과이윤에 대한 과세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은 초과이윤 내는 기업에 세금을 늘리겠다는 취지로 석유회사를 겨냥해 일종의 징벌세 부과하는 법안 추진 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엑손(모빌)은 지난해 신(神)보다 돈을 더 벌어들였다. 석유를 생산하지 않아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데다 조세를 피하려고 자신들의 제품을 되산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영국도 지난달 에너지요금 급등에 따른 가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지원방안을 내놓으면서 석유·가스 기업에 25% 초과이윤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헝가리도 금융, 에너지기업에 초과이윤세를 부과해서 2조8000억원 재정 확보한다는 계획이며, 이탈리아도 천연가스 가격 급등의 혜택을 받은 에너지기업의 초과이윤을 환수키로 하고 세율을 상향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뜻밖의 수혜를 입은 에너지 기업들의 초과이윤을 거둬 가계부담을 줄이겠다는 목적이다. 세계적인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호실적을 기록 중이다. 엑손모빌은 올 1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103% 늘어난 55억 달러의 순이익을 달성했으며, 쉐브론도 순이익이 6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억 달러에서 4배 가까이 급등했다.
국내 정유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올 1분기 정유사 4곳 중에 3곳이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섰으며 2분기에도 호실적이 예고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우리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초과이윤 과세 도입에 대한 목소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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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에서는 초과이윤세가 오로지 정치적 논리에 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유사 관계자는 "실적이 좋다고 세금을 거둔다면 실적이 부진할땐 정부에서 도와줄 것도 아니지 않느냐"면서 "원유 수입 시 가격이 오른 만큼 관세를 내고 있어 중과적인 과세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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