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 다음달 시행.. 日 실패 답습할까 [금쪽연금 스노볼⑩]
디폴트 옵션에 원리금 보장형 상품 포함
원리금 보장형 포함된 日 연금 실패 답습 우려 커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속에서 일본 엔화 가치가 장중 한때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인 104엔까지 상승한 26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노인대국’ 일본은 이미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에 디폴트 옵션을 도입했지만,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통한다. 그런데 다음 달 우리나라에 도입되는 디폴트 옵션도 일본처럼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포함하고 있어, 연금 자산을 투자하는 문화를 저해하고 실질 수익률을 낮추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 퇴직연금에 대한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윌리스 타워스 왓슨(Willis Towers Watson)에 따르면 퇴직연금 선진 7개 국가의 퇴직연금 중 DC 형 적립금 규모 비중은 2020년 현재 처음으로 53%를 넘었다. 하지만 일본의 DC형 가입자의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일본은 2018년 확정기여연금법을 개정하면서 디폴트옵션을 도입했다. 우리나라처럼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하지만 디폴트옵션 내 선택할 수 있는 상품 중에 원리금 보장 상품을 포함하면서 DB형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
2019년 일본연금연합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퇴직연금은 673개 퇴직연금 사용자 기준, 디폴트옵션으로 선택한 상품 중 70%는 원리금 보장형 펀드로 나타났다. 혼합형(밸런스형) 혹은 타켓데이트펀드(TDF)의 비중은 각각 12% 수준에 불과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선임연구위원은 "원리금 보장 상품을 디폴트 옵션 상품으로 정의를 해야 투자자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입자 스스로 투자해 연금 자산을 불리겠다는 취지에서 DC형 연금을 택했다는 점에서, 원리금 보장 상품을 넣어야 투자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이어 "오히려 행태 편의와 전문성 부족에 따른 적립금 운용 어려움과 저(低)성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도입의 취지와의 충돌, 그로 인한 노후자산의 과소 축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원리금 보장 상품을 담고 있어 디폴트 옵션의 취지 자체를 희석한 부분도 있지만, 일본 사람들 자체적으로 투자 문화 자체가 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덧붙였다.
일본을 제외한 미국, 호주, 영국 등에서는 투자상품만을 디폴트 옵션 내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노후 소득을 얻기 위해 포트폴리오 개념의 투자 상품만을 디폴트 옵션 내 담고 있는 것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100조 날리게 생겼는데…"삼성 파업은 역대급 특수...
그런데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우리나라의 디폴트 옵션도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일본처럼 연금을 활용한 투자에 대한 인식이 약한 우리나라에서도 디폴트 옵션에 원리금 보장 상품을 넣으면서 일본의 전처를 밟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