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간 큰 우리銀 횡령직원, 금융위 공문도 위조해 범행 숨겼다
횡령직원, 이례적으로 장기간 기업개선부 근무
알고 보니 금융위원회 공문서 꾸며내 'A씨 유임'
"금융위가 보낼 리 없는 문서인데 의심했어야"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600억원대 횡령을 저지른 우리은행 직원 A씨가 금융위원회의 문서를 위조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가짜 금융위 문서 덕분에 기업개선부에 남아 장기간 범행을 숨길 수 있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7년 A씨는 금융위가 작성한 것처럼 꾸며낸 문서를 회사에 전달했다. 해당 문서에는 A씨를 우리은행 기업개선부에 유임하라는 취지의 글이 담겨있었다. 은행권의 통상적인 인사이동 주기를 고려하면 당시는 A씨가 다른 부서로 옮겨야 할 시점이다. 부서를 옮기게 되면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횡령범죄가 발각될 수 있으니 이를 저지하기 위한 시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에서는 해당 문서를 의심하지 못했다.
보통 은행 영업점에서는 2~3년 주기로 직원을 이동시킨다. 돈을 다루는 본점 부서에서도 특정 직원을 5년 넘게 두지 않는다.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 때문이다. 하지만 A씨는 10년 넘게 근무하며 장기간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A씨가 어떻게 장기간 한 부서에 있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
지난 4월 말부터 우리은행에서 검사를 벌이고 있는 금융감독원도 본점의 근무체계와 관련 내용을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근속이 어떻게 가능했고 절차가 적절하게 가동됐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매각 업무가 복잡하고 A씨가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은행에서도 금융위의 유임공문을 의심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 기업개선부의 인사처리가 부적절했고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특정 직원의 유임을 공문으로 요청하는 행위는 인사개입에 가까워 사실상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는 절대 민간은행에 특정 인사를 등용하라거나 유임하는 게 좋겠다는 식의 권고도 하지 않는다”며 “우리은행에서도 당연히 수상하게 여기고 의심했어야 한다”고 귀띔했다.
미심쩍은 금융위 공문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횡령사고에 따른 피해금액은 A씨가 기업개선부에 오래 남게 되면서 커진 모양새다. A씨는 614억원을 2012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횡령했는데, 마지막 횡령은 2018년 6월이다. 금융위 공문을 위조했던 때보다 나중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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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한 자금은 대부분 위험한 주가지수옵션 투자와 골프장 사업에 사용됐다. A씨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재산 국외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법원은 현재 A씨와 가족 등의 재산을 동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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