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가질 자유조차 주어지지 않은 장애인 여성
치유 강요는 곧 폭력…함께 살아갈 환경 조성은 '뒷전'

[빵 굽는 타자기] 나도 모르게 장애인에 가했던 차별…우생학과 국가주의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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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타카'가 그린 미래는 상당히 어둡다. 임신하기 전부터 태아의 유전자를 조작해 우수한 종자를 만들어낸다. 만약 유전자 조작 없이 자연스레 잉태됐다면? 사회에서 2등 시민으로 버림받는다. 2등 시민이란 이유로 택할 수 있는 직업도 제한돼 있다. 이는 이 영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태어나자마자 장애를 가졌단 이유로 직업을 선택할 자유, 이동할 자유 등을 박탈당했던 이 사회에서 버림받은 장애인들의 현실이다.


책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은 장애인 여성을 향한 차별이 우생학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생학이란 유전 인자를 연구한 학문으로 열악한 유전자를 가진 인구의 증가 방지를 목표한다. 일제강점기 때 우생학을 받아들이며 조선인의 개조를 원했던 지식인들의 생각은 한국의 독재정권까지 이어진다.

1980년대까지 찾아볼 수 있었던 '우량아 선발 대회'가 대표적 예다. 저자는 국가가 원하는 건강하고, 체격이 서양인에 가까운 동시에 비장애인인 국민상이 우량아 선발 대회에 반영돼 있다고 비판한다.


이는 장애인 여성의 재생산, 즉 임신과도 관련돼 있다. 장애인 여성에겐 아이를 가질 자유가 주어지지 않은 것이다. 1999년 이전까지 장애인들은 '모자보건법'으로 인해 불임수술의 대상이 되곤 했다. 환자가 유전 가능성 있는 질병을 가지고 있다면 정부 보고 후에 불임수술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 법안 때문에 1975년 여성 12명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관련 검사를 받아야 했다. 당국은 9명의 여성에 유전 가능성 있는 장애를 가졌으며 불임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국가와 사회는 장애인 여성으로부터 임신의 자유를 뺏고 대신 치유를 강요했다. 치유는 역설적이게도 차별과 폭력을 낳았다. 치유에만 집중한 나머지 장애를 가지고도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는 것이다. 장애인의 가족도 폭력의 대상이었다고 저자는 서술한다. 치유의 책임을 국가가 지지 않고 가족들에 맡긴 셈이다. 장애인의 신체나 정신 건강을 치유할 수 있다면 어떠한 대가라도 치러야 한다는 도덕적 명령에 가족들은 평생을 시달렸다. 실제로 2010년 한 건설노동자는 자신의 쥐꼬리만한 월급 때문에 장애인이었던 아들이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저자인 김은정 시라큐스대 부교수의 논문들과 추가 연구 내용을 기반으로 쓰여졌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가타카처럼 수많은 문학과 영화, 미디어, 사회현상 등 예시를 사용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서문에서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본문에선 소설 '추물'과 '캥거루의 조상이', '심청전' 등이 등장한다.


특히 장애인 인권에 도움됐다고 알려진 서사에도 통렬한 비판을 가한다. 대표적 예시가 영화 '도가니'다. 장애인 시설에서의 성폭력을 다룬 도가니는 대중들의 분노를 이끌어냈다. 이 분노는 장애인 시설의 감독 강화 등 정책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도가니가 장애인 문제의 핵심을 가렸다고 비판한다. 장애인들이 왜 사회와 분리돼 살아야 하는지, 왜 장애인들은 시설에서 나와 비장애인과 어울러져 살아갈 수 없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도 장애인 인권단체는 탈시설을 요구하며 거리에 나서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커진 시점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지연 시위부터 시작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역시 장애인 인권 보장을 위한 예산 반영을 촉구하고 있다. 아직도 장애인들은 사회의 몰이해 속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가족들의 손에 죽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이 말하는 차별이 어렴풋하게만 보이는가? 그렇다면 이 책이 시선을 명료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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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라는 이름의 폭력 | 김은정 | 후마니타스 | 424쪽 | 2만3000원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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