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두환 트렌드 매니징에디터] "투표에서 특정 정당을 더욱 일관적으로 지지하게 된 것은 투표하는 정당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반대편 정당을 더 싫어하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에즈라 클라인이 저서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에서 지난 50여년간 심화한 미국 정치의 양극화를 비판하며 내놓은 진단이다. 그는 이같은 현상을 ‘부정적 당파성’으로 정의했다. 개인의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이해관계가 정치와 연결되면 자기 편의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기꺼이 하려는 의지도 강해진다고 그는 지적했다.
‘미국’을 ‘한국’으로만 바꿔 놓으면 최근 한치 어긋남 없이 맞아 떨어지는 분석이다.
물론 선거는 어차피 내편, 네편으로 갈려 벌이는 싸움이다. 승자 독식의 게임이다.
사실 성장 과정의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연령별, 지역별로 정치적 성향이 갈리는 것은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문제는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다시 극명하게 드러난 같은 세대, 즉 2030에서 나타난 남성과 여성 유권자 사이의 갈등과 대립이다. 이전 선거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40대 이상에서는 남녀의 성별로 정치적 성향이 엇비슷했지만 2030세대에서는 성별 당파성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선거 직후 지상파 3사가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이른바 ‘이대남’ ‘이대녀’의 정치적 대립은 결코 일회성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낸다.
30대의 경우 남성은 58.2%가 국민의힘을 지지했지만 여성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56.0%에 달했다. 20대 이하는 성별 지지율이 더 특정 정당으로 쏠린다. 국민의힘을 지지한 남성 유권자 비율이 65.1%,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 여성 유권자 비율은 66.8%로 치솟았다.
성별로 갈라선 이들의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에 대한 지지는 맹목적이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지층은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내가 지지하는 사람은 ‘무조건 옳다’며 어떠한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 ‘팬덤 정치’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끝난 후까지 강력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의 맹목적 지지는 다른 한편으로 반대 진영에 대한 이대남들의 지지를 공고히 하는 반작용을 키우고 있다.
사실 2030의 세대내 갈등의 골은 이미 깊어질대로 깊어져 있다. 군 복무, 취업, 등 사회 전반의 이슈를 둘러싸고 그들은 서로를 향해 거침없는 적의를 드러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타나는 서로에 대한 공격성은 섬뜩하기조차 하다. 언뜻 공존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이같은 갈등을 중화시킬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이들을 내편으로 만들기 위한 자극적 선동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정치권이 그들을 위해 특별히 무엇을 해준 것도 없다. 오히려 지지층을 호위무사 삼아 자리를 보전하기 급급해 보일 뿐이다.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인 마이클 무어는 ‘화씨 11/9 : 트럼프의 시대’에서 한 역사학자의 입을 빌려 이렇게 주장한다. "독재자들은 오랜 기간 계속해서 지지자들을 결집시킨다. 사람들은 그가 거짓말을 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오직 그만을 믿게 된다."
특정 지지층의 맹목적 지지에 기댄 혐오 정치의 끝은 어디일까. 지난해 1월, 미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벌인 미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이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오를까 떨어질까 불안하다면…"주가 출렁여도 따박...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