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 방안? 유사 판례들에 길 있다" [임금피크제 후폭풍]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이유로 임금을 깎는 '정년보장형(유지형) 임금피크제' 방식은 무효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지난달 26일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기업과 근로자들은 향후 관련 대응 방안을 세우기 위해 이번 판결과 더불어 다른 임금피크제 판례들을 살펴보고 있다.
대법원 연구관 출신 여연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지난 2일 온라인 세미나를 열고 "이미 도입됐거나 앞으로 도입할 임금피크제가 문제가 되지 않을지 판단하려면, 결국 대법원이 밝힌 여러 기준을 하나하나 적용해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도입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실질적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 ▲대상(보전) 조치의 적정성 ▲감액된 재원이 도입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이다.
◆"2015년 정부 권고 때 도입 경우 '연령 따른 차별' 인정 잘 안돼"
이미 대다수 기업은 2016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정년을 60세로 연장해 임금체계를 개편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이다. 이는 일정한 연령부터 임금을 줄이는 대신 정년 연령을 늘려주는 것을 말한다. 일정한 연령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같지만,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방식은 '정년보장형', 정년 이후 일정 기간 재고용하는 방식은 '고용연장형'이라고 부른다.
이 방식들이 섞인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일부 공공기관 노동자들 역시 "적게 받은 임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먼저 A 공단의 사례다. 2015년경 일부 직원들의 정년을 연장해 주면서 모든 직원에게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기존 대비 80.5% 상당의 임금이 3년간 매년 지급됐다. 정년연장형과 정년보장형을 혼합해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정년이 따로 늘어나지 않은 1·2급 직원들이 불만을 제기했다. 61세로 정년이 늘어난 3급 이하 직원들은 적정한 보전 조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해도, 이미 이 나이로 정년이 설정됐던 자신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법원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1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봤다. 비록 당초 설정한 목표에 미치지 못했지만, 신규고용 규모가 매년 늘어난 점도 고려했다.
B 공단도 같은 시기 혼합형 임금피크제를 2년제로 도입해 1년 차에 75%, 2년 차엔 70%의 임금을 줬다. 법원은 이 또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청년층이라는 특정 연령 집단의 고용 촉진을 위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경우"라며 "연령 차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정 연령 및 집단의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했기 때문에,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가 규정하는 '차별금지의 예외 사례'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여 변호사는 "임금피크제 실시로 신규고용을 창출한다는 목적으로 2015년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이 확정됐다"며 "당시 권고안에 따라 정년을 보장·연장하는 형태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엔 '연령에 따른 차별' 주장이 비교적 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법 판단 앞둔 기업은행 소송에 관심↑… "연차별 임금 삭감률 커"
법조계에선 현재 대법원에서 계류 중인 IBK기업은행의 소송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앞선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혼합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지만, 연차별 임금 삭감률 폭이 비교적 크다는 점이 다르다.
기존 58세이던 정년이 2009년 60세로 연장된 이 은행 3급 이상 직원들은 임금피크제 적용 첫해 90%의 임금을 받았지만, 5년 차인 마지막 해엔 30%만 받아야 했다. 1961년생 직원 19명은 2019년 "종전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아 정년 전 5년간 3급 이상 260%, 4급 300%, 5급 320%의 임금을 받게 되는 반면, 1964년생은 정년 전 5년간 395%의 임금을 받게 돼 연령에 따른 임금 차별이 심각해졌다"는 취지로 임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1·2심 재판부는 직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이 사건 경과규정을 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심 재판부는 "다른 연령대의 정규직 근로자처럼 임금피크제의 적용기간과 임금지급률을 적용 받았을 경우와 비교하면 상당히 적은 금액의 임금을 지급받게 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임금피크제 적용기간을 시간을 두고 조금씩 변경하는 방법을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쳤고, 노동조합과의 합의에 근거해 시행됐다"고도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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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본안 심리 없이 상고가 기각돼 근로자 측의 패소가 확정된 A·B 공단 사례와 달리, 이 소송 상고심은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결국 최근 대법원이 내놓은 판단 기준 등에 맞춰 최종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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