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인플레 진정 후 장기 저성장 가능성 배제못해"(종합)
BOK 국제콘퍼런스서 언급
"저물가·저성장 대비 정책수단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문제원 기자] "이번 인플레이션이 진정됐을 때 한국·태국·중국 등 인구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는 일부 신흥국에 있어 저물가·저성장 환경이 도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변화하는 중앙은행의 역할: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가’ 주제로 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개최된 BOK 국제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인플레이션이 진정됐을 때 장기 저성장(secular stagnation) 흐름이 다시 나타날 것인지 아직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만약 저물가·저성장이 된다면 폴 크루그먼 교수가 선진국 중앙은행에 조언한 것처럼, 한국이나 여타 신흥국도 무책임할 정도로 확실하게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해야만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면서 "선진국과 같은 비전통적 정책수단 활용은 자칫 통화가치 절하 기대로 이어져 자본유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신흥국은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보다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행동해야만 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향후 글로벌 유동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 과정에서와 비슷한 수준의 확장적 정책이 다시 이뤄진다면 자본 흐름과 인플레이션 기대에 미치는 함의는 사뭇 다를 것"이라며 "저물가·저성장 국면에 대비한 신흥국만의 효과적인 비전통적 정책수단은 무엇인지 분명한 답을 찾기 쉽지 않으며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콘퍼런스에서 최근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높은 변동성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지만 원유 의존도가 감소하고 있어 1970년대와 같은 극심했던 스태그플레이션의 재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은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은 1970년대보다 광범위한 측면이 있으나, 유가 상승 충격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최근 높아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정책 정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의 에너지 사용량 중 원유 비중은 스태그플레이션이 극심했던 1970년대 말 50%에서 2020년 30% 수준까지 하락한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6%에서 16%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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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신흥국·개도국의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글로벌 안전자산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날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완화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신흥국·개도국(EMDE)의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글로벌 안전자산 채권을 발행해 안전자산 공급을 다변화하면 선진국으로의 자본쏠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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