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기타의 선율, 바로크를 풀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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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기타는 연주를 위한 도구이기에 앞서 제게는 반려 악기 같은 느낌입니다. 살면서 기타와 떨어져 본 건 군대 훈련소 1개월이 전부일정도로, 늘 같이 붙어있는 저의 일부 같아요.”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종호는 기타를 두고 자신의 ‘반려악기’라고 소개했다. 그는 오른손 엄지와 왼손 새끼손가락이 조금 길다. 오랫동안 기타를 잡아온 영향이다. 기타를 좋아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다섯 살 때 기타를 시작한 그에게 기타는 이제 반려를 넘어 없으면 안 될 신체 일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소프라노 조수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의 협연으로 이름을 알린 그가 6년 만의 독주회로 관객을 찾는다. 주제인 프락투스(Fractus 부서진상태)는 다소 생경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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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연 주제를 찾으면서 이미지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앵무 조개 사진을 보는데 그 반복적 이미지, 작은 도형이 커지며 또 하나의 형태를 이루는 구조에 사로잡혔다”며 “음악도 작은 음과 리듬이 반복되면서 하나의 형태를 이루니까 이것을 프로그램에 녹여 하나의 공연을 구성하고 관객과 나 역시도 하나의 프랙탈 요소가 될 수 있도록 주제에 맞춰 준비한 곡도 변경할 만큼 프로그램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과정 속 확장하고 이내 해체되는 프랙탈 구성은 프로그램에 어떻게 반영됐을까. 바로크 시대 작곡가 실비우스 레오폴트 바이스의 소나타 이교도(L’infid?le)로 공연의 문을 여는 그는 곡에 대해 “작곡 당시 이교도의 춤곡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반영된 듯 ‘부정한 여자’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며 “부서진 것들을 조합해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면에 주목해 첫 번째 곡으로 정했다”고 했다.

3박자 라폴리아 변주곡에 이어 바흐의 샤콘느를 세 번 째로 선보이는데 그는 “바흐 음악의 특징이 집대성 된 곡으로 불완전에서 완전으로 가는 단계의 완전수 3과 밀접한, 세 부분으로 나뉜 춤곡”이라고 소개했다. 마지막 곡은 소나타 에니그마(수수께끼)로 완전체를 부수고 해체하면서 다시 시작하는 서사를 담아 선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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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 공연에 두 대의 기타를 사용한다. 기타를 들어보이며 그는 “저보다 나이가 많은, 1978년도에 제작된 호세 라미레즈 기타와 이탈리아 제작자 파올로 코리아니가 만든 마누엘 라미레즈 레플리카 모델로 연주할 예정”이라며 “바로크곡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순수하고 깨끗한 코리아니 악기가 적격이라 생각됐고, 폰세나 브로워의 곡은 크고 다양한 톤이 필요해 볼륨이 큰 라미레즈 기타가 좋은 매치가 될 것”이라 말했다.


기타가 그간 클래식음악계에서 비주류로 있던 것에 아쉬움을 느꼈던 그는 편곡에서 해법을 찾았다고 말한다. 그는 "장르가 넓고 어디나 쓰일 수 있다는 점은 기타가 가진 강점이지만, 클래식에 벗어난 건 시대상의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되는데 바로크 시절만 해도 기타의 원류가 가장 메인이 됐었고, 그 연주자이자 작곡자인 바이스는 유럽 전역에서 가장 유명해 바흐보다 페이가 높았던 음악가였다"며 "살롱음악이 공연음악으로 확대되고 볼륨이 커지면서 뒤로 밀리게 됐지만, 세고비아를 필두로 클래식 기타를 큰 무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졌고 이는 편곡을 통해 더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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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때 기타를 잡기 시작해 30년 넘게 연주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기타가 새롭고 재미있다고 말한다. “지금도 연습하다 보면 이런 소리가 났나? 또 새로운 곡을 찾으면 더 공부하고 연습하고 싶을 정도로 하면 할수록 끝이 없다는 걸 느낍니다”는 말에선 연주자이자 연구가로서의 그의 탐구정신이 느껴졌다.


그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음악을 접하는 관객들은 연주자가 무엇을 표현하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유로운 감상과 상상을 무한히 확장시켰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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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기타 리사이틀은 5월 10일 세종문화회관에 이어 15일 부산 해운대 문화회관에서 열린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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