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가 아케고스에 거액을 빌려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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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현의 기자] 월가에서 '새끼 호랑이(Tiger Cub)'로 이름을 날린 한국계 미국인 투자가 빌 황(한국명 황성국)이 최근 사기 혐의 등으로 체포된 가운데 국제 금융계에서는 모건스탠리 등 굵직한 금융회사들이 황씨에게 거액의 자금을 내준 배경을 놓고 많은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영국의 한 경제매체가 전했다.


황씨는 이들 금융회사에 약 100억 달러(약 12조6000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그가 설립한 아케고스캐피털매니지먼트는 파생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와 차액거래(CFD) 계약을 통해 보유자산의 5배가 넘는 500억달러 상당을 주식에 투자했는데 아케고스의 레버리지 비율은 한때 1000%에 달했다.

매체는 "아케고스는 대중의 감시를 막아주는 파생상품을 통해 눈길을 피했다"며 "베팅하고자 하는 회사의 주식을 매입한 뒤 지분율이 공시 의무가 생기는 5%에 가까워지면 총수익 스와프(TRS)로 전략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TRS는 투자금의 일정 배수를 차입해 운용 규모를 확대하는 고위험-고수익 거래로, 운용사가 거래 내역을 자사 명의로 드러내지 않을 수 있어 아케고스와 같은 가족회사가 즐겨 쓴다. 가족회사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미 금융당국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공개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주식을 거래하면서도 감시망을 피할 수 있다.

미 연방 검찰은 "아케고스가 TRS 계약을 통해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있는 주가를 조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스와프 규모를 키워 금융회사들의 매입이 이어지면 해당 주식의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의 포트폴리오는 2020년 3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1년 만에 15억 달러에서 350억 달러로 대폭 늘었다.


매체는 "금융회사들의 황씨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며 "일례로 아케고스는 UBS가 거래 한도를 늘리도록 설득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큰 혼란 없이 한 달 안에 전체 포트폴리오를 풀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 달이 아닌 100일 이상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미 법무부는 전했다.


아케고스는 또 아마존, 구글, 애플 등을 상당 보유하고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중국 바이두, 텐센트뮤직, GSX테크에듀 등 중국 회사에 집중 투자했다. 이들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했고 금융회사들은 결국 마진콜(주가 하락에 따른 추가증거금 요구)에 들어갔지만 아케고스는 응하지 못했다.


UBS는 아케고스 사태로 8억6100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 매체는 "UBS 측은 '아케고스의 신용 한도를 연장하기 전 더 많은 실사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UBS 외에도 크레디트스위스의 손실이 55억 달러로 가장 많다. 노무라증권과 모건스탠리의 피해액도 각각 28억5000만 달러, 9억1100만 달러 수준이다.


아케고스 사태의 수사 책임자인 데미안 윌리엄스 검사는 "황씨의 거짓말이 주가 상승을 부르고 주가 상승은 더 많은 거짓말을 불렀다"며 "하룻밤 사이 수십억 달러가 사라졌다. 주가 조작의 범위 면에서 역사적"이라고 했다. 검찰의 기소 내용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황씨 등은 최대 20년형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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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웹 버지니아대 교수는 "아케고스 사태로 손실을 입은 금융회사들은 황씨가 한 거짓 주장의 희생자이자 동시에 황씨를 계속 고객으로 두면서 그와 관련된 돈을 원했다"고 말했다.


조현의 기자 hone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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