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집회 강행 예고… 향후 경찰대응 가늠자 된다
警, 인수위 주변 1㎞ 차벽 설치
집시법 위반 등 대응 수위 고심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장세희 기자, 공병선 기자]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3일 대규모 집회를 강행키로 해 경찰과의 충돌이 우려된다. 민주노총이 예고한 집회시간과 장소, 규모 등은 법원이 허용한 범위를 넘어서는 사실상 불법집회다. 그간 엄정대응 방침을 밝혀온 경찰은 대응 수위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는 오전 8시30분께부터 기동대 버스에서 경찰들이 줄지어 내려 각 자리에 배치됐다. 경비는 삼엄했다. 경찰의 차벽은 인수위 사무실을 시작해 사직터널까지 이어졌다. 1㎞ 넘는 길이의 차벽이 사직로에 세워진 셈이다. 사직로는 인수위 인근에서 가장 큰 도로로 민주노총의 대규모 인원이 이용할 가능성이 큰 공간이다. 통의동의 골목마다에도 경찰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좁은 골목마다 2명씩 경찰이 배치돼 상황을 살폈다. 횡단보도에도 경찰 4명이 서서 지나가는 사람과 차량을 지켜봤다.
사직로는 법원이 서울시가 불허한 민주노총의 집회를 일부 허용한 곳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전날 민주노총이 이날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경북궁 고궁박물관 남쪽 1개 차로에서 주최자를 포함해 299명 이내로 참석하는 조건으로 집회를 열 수 있도록 했다. 도심 집회를 불허한 서울시 처분을 1시간 동안 이 곳에 한해 효력을 정지한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법원 결정에도 기존 계획대로 오후 3시부터 인수위 주변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민주노총의 행위가 집시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민주노총이 예고대로 집회를 강행할 경우, 법원의 효력 정지 범주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민주노총이 인수위 부근에서 법원이 허용한 집회 장소와 시간, 규모를 지키지 않을 경우 주최자를 집시법 위반 혐의로 형사입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집결 강행 시 즉각 해산 절차를 밟진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내부적으로 우세하다. 금지 통보된 집회라는 이유만으로 해산 명령을 할 수 없다는 법원 판례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바로 해산 절차는 어렵고 지휘부의 정책적 판단과 추후 법원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인수위 인근 외에도 민주노총 집결이 예상되는 장소에 경력과 차량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경찰은 전날 김창룡 경찰청장 주재로 한 회의에서 이날 집회에 120여개 중대, 1만명에 달하는 경력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 경력을 활용해 민주노총이 인수위 부근이 아닌 서울 시내 다른 지역에서 ‘기습 집회’를 열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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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찰의 대응 수준은 차기 정부가 들어설 향후 집회·시위에 대한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지난달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경찰이 민주노총 집회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국민 불신을 초래했다"며 "선별적 법 집행으로 국민적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장 경찰이 대응에 나서야 할 집회·시위는 이달만 해도 14일 공공운수노조 운수부문 노동자 결의대회, 16일 국민혁명당 집회, 19일 장애인의 날 전국집중대회, 20일과 2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1박 2일 집회, 28일 민주노총 노동자 건강권 쟁취 집회 등이 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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