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검찰 수사 실무 책임자
"후임자 몫… 기록 다 만들어놔"

주진우 "3년 전 산업부 압색 가능… 지금 강제수사 시기 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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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장세희 기자]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는 최근 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과 관련해 "시기적으로 묘하다"면서 "이미 3년 전 언제든지 압수수색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기록을 만들어 놨었다"고 말했다. 주 전 부장검사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이던 2019년 이 사건 수사 실무 책임자였다. 유사 사건으로 평가받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기소한 뒤 좌천성 인사 발령으로 그해 7월 검찰을 떠났다. 현재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인사검증팀장을 맡고 있다.


주 전 부장검사는 29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3년 전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수사 상황에 대해 "한국전력 자회사 4곳의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해 기록을 만들어 놨다"며 "강제수사가 가능했지만 당시 검찰 인사까지 2개월이 채 안 남은 시점이라 산업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2019년 5월 주 전 부장검사가 이끄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임기를 2년여 남기고 사표를 제출한 한전의 6개 발전 자회사 가운데 4곳인 한국남동발전(장재원 사장), 한국남부발전(윤종근 사장), 한국서부발전(정하황 사장), 한국중부발전(정창길 사장) 사장을 모두 조사했다.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산업부가 산하기관장을 압박해 불법적으로 사표를 제출받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그런데 주 전 부장검사는 그해 7월 예정된 검찰 인사에서 이동이 확실시됐고, 이에 따라 압수수색 등 이후 수사 절차를 후임자 몫으로 남겨뒀다는 것이다.

주 전 부장검사는 "후임자가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픽(선택)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에서 압수수색을 하면 사건을 마무리할 사람이 해야 한다"며 "후임자 입장에선 압수수색 범위 등을 앞선 사람이 한 걸 받아 할 순 없는 노릇이지 않느냐"고 했다. 당시 검찰 인사에서는 주 전 부장검사 후임자로 이정섭 현 대구지검 형사2부장이 전보됐다. 하지만 이 부장검사는 주 전 부장검사 생각과 달리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을 수사했다. 유재수 전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차례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은 ‘조국 사태’에 묻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 부장검사 후임자로 온 김남훈 현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도 이 사건을 건드리지 않았다.


3년 동안 묵혀진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은 최근 다시 수사에 불이 붙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최형원)가 이달 산업부와 한전의 발전 자회사 4곳 등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사건이 고발된 지 38개월, 주 전 부장검사가 손을 뗀 지 35개월 만이다. 주 전 부장검사는 "(압수수색 관련) 언론의 보도를 보고 놀랐다"고 했다. 그는 "압수수색을 했다는 것은 몇 개월 동안 수사에 매달린다는 의미"라며 "‘어떻게 하려고 압수수색을 했지’란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검찰 인사는 통상 7월께 이뤄진다. 작년 같은 시기 부임한 최 부장검사는 이번 인사 대상으로, 3개월 안에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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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전 부장검사는 제20대 대선 이후 정권 교체가 확정된 상황에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검찰이 다시 들추게 된 배경에 대한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법조계 일각에선 최근 검찰의 이 사건 강제수사 착수에 대해 사실상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의 신호탄 격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동부지검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대법원에서 법리적으로 죄가 된다고 판단한 만큼 수사에 나선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주 전 부장검사는 "검찰이 수사를 하려면 진작했어야 했다"며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실관계가 명확한 사건"이라고 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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