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룩업 스틸컷. 출처=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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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장면 하나(스포일러 있음). 미시간 주립대의 한 천문학과 대학원생은 태양계 궤도를 돌던 혜성이 곧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해낸다. 에베레스트 크기의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다는 것을 대통령에게까지 직접 보고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세상은 아무 반응이 없다. 수학, 과학, 명문대의 추산결과를 총동원해 충돌은 현실이라는 것을 증명했음에도 여전히 세상은 시큰둥하다. 산업계와 정치판, 미디어는 각자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데에만 골몰하고, 혜성에 대해 신경쓰지 않기를 택한다. 결국 예정된 충돌은 일어났고, 권력과 자본을 실어나른 현대판 노아의 방주만이 새 행성으로 탈출했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장면 둘. 앞선 장면들은 기후위기에 무감한 사회를 꼬집은 블랙코미디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의 일부다. 돌발 발언과 무지성의 총체인 올리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혜성 충돌 문제의 심각성을 온몸으로 외치다 염세주의자가 돼 버린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는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연상시킨다. 영화는 흥행했고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에서 여러차례 후보무대에 오르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영화의 본심에 대해 ‘돈룩업’ 상태다.

장면 셋. 대한민국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다루는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2019년 1기 TF를 발족해 지난달 제4기가 출범했다. 네 기수를 넘기는 사이 우리나라에서는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가 시작됐고,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을 간신히 사수했다. 인구밀도(1㎢당 516명) 세계 3위의 ‘과밀국’에서 사람 수가 적어진다니 반가운 일 아니냐고? 인구감소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자연의 섭리라고? 문제는 대부분의 재앙이 그렇듯 인구위기 역시 공평치 않게 들이닥칠 것이라는 점이다. 전국의 대학 구조조정은 어떤 순서로 이뤄질 것 같은가. 영세한 아동복 브랜드와 수출길을 뚫어놓은 대기업 아동복 브랜드 가운데 어느 쪽이 살아남을 것 같은가. 산업생태계는 급변할 것이고, 좁아진 취업문에서 모두가 다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은가. 게다가 수많은 인구학자들이 강조하듯,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 속도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빠르다. 한국에 저가 노동력을 공급하던 중국 역시 저출산·고령화가 시작돼 곧 인력수출에 빗장을 걸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0에 수렴하는 정책 타율로 TF 기수만 양산하고 있다. 인구정책 사관학교라도 만들셈인가? 영락없는 ‘돈룩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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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넷.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의 침공 후 전쟁이 27일째 계속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생중계되는 21세기의 전쟁에서도 집은 불타고, 사람은 죽는다. 식량 값의 바로미터인 비료와 밀 공급에 차질이 생겼고, 불안한 유가와 환율은 세계 경제의 숨통을 조인다. 전쟁 명세서는 곧 전 세계에 날아갈 것이다. 서방의 정상들이 앞다퉈 분노하며 우크라이나의 편에 섰지만, 실상은 각국이 정치생명 연장과 자기장사를 위해서 뛰고 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이들이 휘파람을 부는 사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때 적이었던 체첸군과 시리아 용병을 불러모으고, 벨라루스군도 준비시켰다. 대중 집회에서는 "친구를 위해 한 사람의 영혼을 바치는 것보다 숭고한 사랑은 없다"는 성경 구절까지 읊으며 열심히 참전을 영업 중이다. 고개를 들어 현실을 보라(Just look up). 우크라이나에서는 어린이와 노인과 임산부가 매일같이 사망하고, 1000만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결국 예정된 충돌은 일어났고, 결과는 처참하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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