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ㆍ러, 공동의 적 美 대항하기 위한 밀월 관계
중국, 친러적 중립 노선으로 얻는 것 적지 않아
[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1969년 3월 중국 우수리강 전바오(러시아명 다만스키) 섬을 놓고 중국군과 소련군이 충돌했다. 중국과 소련 국경 수비대 간 주먹질로 시작된 싸움은 탱크와 다연장 로켓까지 동원되는 전투로 확대됐다. 니키타 흐루쇼프는 당시 마오쩌둥이 이끄는 중국에 핵 공격 계획까지 세울 정도로 양국 관계는 일촉즉발 상태였다. 우수리강은 헤이룽강(아무르)과 만나는 강으로 중국과 소련(현 러시아)의 국경선이다.
전바오섬 전투는 외형상으로는 영토 분쟁 이면에는 양국의 복잡한 정치 상황이 담겨 있다. 스탈린 사망후 정권을 잡은 흐루쇼프는 이오시프 스탈린과 선을 긋고 싶었다. 흐루쇼프는 경제를 부활시켜 자신의 권위를 높이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선 스탈린을 깎아내려야만 했다. 흐루쇼프는 미국을 방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 등 적대국인 미국에 유화정책도 폈다. 마르크스 이념과 레닌 통치를 추종한 마오쩌둥에게 흐루쇼프는 변절한 사회주의자였다. 전바오섬 전투는 중국과 소련 지도자 간 이념적 갈등이 표출된 전투다.
시간을 신해혁명(1911년) 이전으로 돌려보자. 1∼2차 아편전쟁으로 누더기가 된 중국(청나라)은 제국주의 열강의 먹잇감이었다. 소련(제정 러시아) 역시 열강이었다. 1904년 러ㆍ일 전쟁이 대표적이다. 러시아는 만주 지역을 놓고 일본 제국주의와 싸웠다. 러시아 함대가 일본에 패하지 않았다면 중국 동북 3성(省)은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을 것이다.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2월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 시진핑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후 양국은 미국 등 서방 진영의 일방주의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양국은 연 100억㎥ 규모의 천연가스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러시아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심한 후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뒷배로 중국이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 우선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서 당분간 벗어날 수 있다. 미국이 인도ㆍ태평양 지역에 집중하기 쉽지 않다. 미국의 전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시간을 벌면서 미국과 맞설 체력을 키울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손해 볼 것 없다.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의 교액은 모두 1468억7000만 달러(한화 181조원)다. 미국 등 서방 진영의 제재로 러시아의 중국 교역 의존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미 1∼2월 중국과 러시아 교역액은 전년대비 39% 증가한 264억3000만 달러에 달한다. 상황에 따라 중국이 군사 대국 러시아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러시아 퇴출 역시 나쁠 게 없다. 중국 국제결제시스템(CIPS)을 이용, 위안화 결제를 하면 된다. 3.2% 밖에 안되는 위안화 국제 결제 비중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역시 중국 입장에선 그다지 두렵지 않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역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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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소련은 비슷한 근현대사를 가지고 있다. 혁명으로 군주제가 무너졌다. 또 황제와 차르가 쫓겨난 후 사회주의가 들어섰다. 두 국가 모두 사회주의에 실패, 민주주의 국가의 제도를 일부 차입한 것도 비슷하다. 그럼 이들은 우방국일까. 근현대사만 봐도 이들의 관계를 알 수 있다. 시 주석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친러적 중립 노선을, 푸틴은 역시 자신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중국을 병풍으로 세웠을 뿐이다. 침략 DNA를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언제 또다시 서로 으르렁대며 사납게 짖을지 모르는 일이다. 외교에는 깐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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