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야구해설위원
전국 소년원에 티볼세트 기부
복역 학생들에 감사편지 받아
"스포츠로 협동심 배웠으면…"

지난 1월5일 티볼세트 기증식에서 허구연 야구해설위원이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법무부]

지난 1월5일 티볼세트 기증식에서 허구연 야구해설위원이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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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해설위원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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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편지를 읽는데 마음이 좀 찡했습니다."


허구연 야구해설위원은 최근 법무부 장관 명의의 자필편지 4장을 받았다. 발신자는 서울소년원(고봉중고)에서 복역 중인 학생들. 학생 4명은 하나같이 "허구연 해설위원님께"로 편지를 시작해 한 글자씩 정성을 들여 줄칸을 감사의 메시지로 메웠다. 학생들은 "허 위원님께서 주신 티볼세트로 새해를 멋지게 시작했다"며 "소년원 내 대회에서 우승했다. 다같이 무엇을 해내 뿌듯하다. 이런 좋은 감정을 오랜만에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허 위원은 4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아 이거 정말 아이들이 티볼을 좋아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어 뿌듯했다"며 웃었다.

요즘 전국 소년원 아이들은 티볼 삼매경에 빠졌다고 한다. 서울소년원은 티볼로 반별 대항전을 열어 우승한 반 아이들에게 귀한 ‘카구리(카레 너구리)’ 라면을 상품으로 줬다. 여학생들이 복역 중인 안양소년원도 운동시간 때마다 아이들이 티볼을 즐기고 있다. 모두 허 위원의 기부 덕분이다. 그는 지난 1월5일 법무부와 기증식을 하고 전국 10개 소년원(서울, 안양, 부산, 대구, 전주, 광주, 청주, 대전, 춘천, 제주)에 티볼세트 10개를 기증했다. 2014년에 이은 두 번째다. 세트는 모두 허 위원이 자비로 구입했다. 한 세트당 143만원씩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허 위원은 흔쾌히 지갑을 열었다. 티볼은 우리가 흔히 보고 즐기는 야구를 변형시킨 ‘뉴스포츠’다. 방식은 야구와 대부분 같은데 투수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각 팀 10명이 돌아가면서 나와 ‘베팅 티(tee)’라는 T자 모양의 지지대 위에 올려진 공을 방망이로 쳐서 1~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면 득점한다. 한 명도 빠지지 않고 팀원들이 모두 타석에 설 수 있다는 점도 티볼의 묘비다.


허 위원은 이런 티볼이 소년원 아이들에게 꼭 필요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앞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쳐주면서 규칙을 잘 지키지 않던 아이들이 몇 개월 만에 달라지는 변화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소년원에도 스포츠의 힘이 필요할 거라 생각했다"면서 "티볼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고 도루, 슬라이딩을 금지해 무엇보다 부상 위험이 적다. 제한된 공간에 있는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데 스포츠가 그런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 위원의 사연은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이 화제가 되면서 더 주목 받고 있다. 드라마는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대한 문제의식을 깨우고 소년원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촉법소년을 폐지하거나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아이들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극중 주인공, 심은석 지방법원 소년부 판사(김혜수 분)는 아이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난 너희를 증오해. 도저히 갱생이 안되거든"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이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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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위원은 "요즘 아이들이 페어플레이, 협동심, 희생정신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많이 부족하지 않나. 스포츠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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