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보다 사실적인, AI로 만든 ‘가상세계’
이안 쳉, 첫 亞 개인전 ‘이안 쳉:세계건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7월 3일까지 전시
미술과 인공지능(AI) 게임엔진을 활용하는 중국계 미국 작가 이안 쳉(38)은 5년 만의 개인전 '세계건설'에서 도전적인 미래세계에 대한 자신의 세계관을 다층적으로 소개한다. 사진제공 = 삼성미술관 리움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어른이 된다는 건 집을 떠나는 것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어린이인 채로 (물리적으로나 심적으로) 집을 떠나지 못하고 죽는다. 그 과정을 ‘Life after BOB’에서 심도있게 다루려고 했다”
미술과 인공지능(AI) 게임엔진을 활용하는 중국계 미국 작가 이안 쳉(38)은 5년 만에 선보이는 자신의 전시 ‘이안 쳉 : 세계건설’에서 도전적인 미래세계에 대한 자신의 세계관을 다층적으로 소개한다.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2일 개막한 개인전은 그의 첫 아시아 전시로 개막 전부터 미술계 안팎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철학적 사유에 기초해 인간 의식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업을 해온 이안 쳉은 데뷔 후 6년간 다섯 편의 작품을 공개한 과작의 작가다. “우리는 생태계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데 우리가 없더라도 생태계는 작동하고 있다. 유기적 변화가 꼭 현실에서만 이어지는 것일까?” 그의 의문점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구현돼 스스로 움직이고 매 순간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17년 사이에 제작한 ‘사절(Emissaries)’ 3부작은 최초의 인류가 어떻게 움직이고 생활했으며 어떤 계기로 첫 사유를 시작했을까에서 출발해 멸종한 인류의 복원을 위해 연구하는 AI를 거쳐 생명체가 되고자 하는 먼 미래의 AI를 실감나게 그려낸다. 관객이 이 모든 영상을 끝까지 지켜봐도 그 결말은 매 번 달라지는 점이 특징이다.
인간의 신경망처럼 작동하는 AI는 유기적으로 작동하면서 정보를 모으고 재구성해 작품 속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스스로의 행동양식을 갖춘 캐릭터는 고유의 성격을 갖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간다. 작가는 설계만 했고, 관객은 지켜보기만 할 뿐 작품은 매 순간 다른 결말로 끝없이 이어지는 자생적 생태계를 구축해나간다. 쳉은 “이 작품을 끝까지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웃어보였다.
48분 분량의 영상 ‘Life after BOB’은 인간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신경계 이식 AI를 개발한 웡 박사가 자신의 10세 딸 챌리스에게 이를 탑재해 벌어지는 이야기와 미래상을 다층적으로 구현했다. 그는 “이 작품을 구상했을 때 아내가 첫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며 “나는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너무 두려웠고, 이내 아빠로서 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부모의 역할과 일을 혼합하는 게 최악이 아닐까 결론내렸고 이에 기반한 웡 박사 캐릭터를 창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 이민온 홍콩 출신 디자이너 부부의 자녀로 태어나 UC버클리에서 인지과학과 미술을 전공했고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시각예술 석사학위를 받았다. 하루 여섯 편의 영화를 보는 영화광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영상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는 그는 “영화의 서사는 이미 정해져있어 관람자가 바꿀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며 “플레이어가 캐릭터의 삶을 통제하는 게임, 특히 ‘심즈(The Sims)’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작가가 설정한 세계 속 AI가 그려내는 자유로운 시뮬레이션은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사실적으로 가상현실을 보여주며 자연 생태계 본질에 가까운 창조성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더 나은 인생을 위해 분투하는 작품 속 캐릭터를 창조한 그는 좋은 인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마음 속 어린이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것에 열린 자세, 혼돈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 그리고 위협을 느끼지 않을 만큼 스스로 강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은 인생에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요.”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100조 날리게 생겼는데…"삼성 파업은 역대급 특수...
전시는 7월3일까지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진행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