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에 세계 육·해상 물류차질 현실로…기업들 대책마련 분주
시베리아 대신 중국철도 선호…컨테이너 선사들 러 운항 중단
美 대러 수출통제 FDPR 적용 면제 대상에 韓 포함 여부 '촉각'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리코프의 거리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초토화된 채 파손된 차량 등 각종 잔해로 가득 찬 모습.(이미지 출처=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제재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현대차 현대차 close 증권정보 005380 KOSPI 현재가 712,000 전일대비 2,000 등락률 +0.28% 거래량 2,399,620 전일가 710,000 2026.05.14 15:30 기준 관련기사 외국인 2.8兆 매도 속 코스피 신고가 마감…8천피 눈앞(종합) 정의선 "노사관계 지혜롭게 만들어가야…세계에서 앞서 나갈 기회"(종합)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로봇 테스트 베드로 탈바꿈 러시아 공장이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자동차 생산을 일시 중단한 상황에서 대러시아 제재가 구체화되면 추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품난과 운송난 등도 적잖은 부담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물류난이 심했는데 이번 사태로 더 나빠질 조짐을 보여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기업들은 미국의 대러시아 수출통제 조치인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적용 예외 대상에 한국이 포함될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미 양국이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논의 결과에 따라 기업들이 받을 타격 수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부품 공급·물류망 차질 우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가 2일 발간한 '글로벌 공급망 인사이트' 자료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전자 close 증권정보 005930 KOSPI 현재가 296,000 전일대비 12,000 등락률 +4.23% 거래량 39,295,913 전일가 284,000 2026.05.14 15:30 기준 관련기사 삼성 노사 평행선 계속…사측 "직접 대화" vs 노조 "성과급 결단 없으면 파업"(종합) 외국인 2.8兆 매도 속 코스피 신고가 마감…8천피 눈앞(종합) 삼성, 노조에 "직접 대화하자" 공식 제안…사후조정 결렬에 '유감' 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를, LG전자 LG전자 close 증권정보 066570 KOSPI 현재가 217,000 전일대비 25,600 등락률 +13.38% 거래량 4,316,463 전일가 191,400 2026.05.14 15:30 기준 관련기사 반도체 차익실현 확대? 시장 관심 이동하는 업종은 기회에 제대로 올라타고 싶다면? 투자금부터 넉넉하게 마련해야 LG전자, 한남동 '하이엔드 시니어 주택'에 토탈 솔루션 공급 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이외에 KT&G KT&G close 증권정보 033780 KOSPI 현재가 189,000 전일대비 11,000 등락률 +6.18% 거래량 703,539 전일가 178,000 2026.05.14 15:30 기준 관련기사 기업가치 제고 공시 누적 718사…지난달 130사 신규 합류 KT&G, '해외사업' 대박…1분기 매출 1.7조원 “K-팝, K-뷰티…K-담배도 있다" KT&G, 실적·주당가치↑” [클릭e종목] ·팔도 등은 모스크바 인근에, 현대차· 기아 기아 close 증권정보 000270 KOSPI 현재가 178,100 전일대비 1,400 등락률 -0.78% 거래량 2,313,028 전일가 179,500 2026.05.14 15:30 기준 관련기사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로봇 테스트 베드로 탈바꿈 [미중정상회담] 월가 "S&P500 회담 기간 0.7% 변동 예상" 현대차·기아, 올해 하반기 광주서 자율주행 실증사업 착수 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현지 거점은 한국 외 지역에서 완제품을 들여오거나 한국으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한 뒤 현지에서 생산하는 품목의 부품 소싱 등을 한다.
기업들은 대러시아 제재로 부품 공급망과 육·해상 물류망에 차질이 생길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현지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지만, 최근 러시아에 선박이 드나들기 어려워졌다고 들었다"면서 "해상 물류망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은 부품 수급에 문제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현지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 제재가 개시된 이후 주된 육상 운송수단이던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대신 중국횡단철도(TCR)로 수요가 옮겨가며 물동량이 급증하는 등 물류난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럽으로부터 러시아로 향하는 트럭킹(화물차 운송) 루트의 경우 공식적으로 차단되지는 않았으나 운송사 측에서 해당 트럭킹을 꺼리고 있어 물류 적체 현상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상운송 역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MSC, 머스크 등 세계 1·2위 컨테이너 운항 선사들이 러시아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상당히 진행된 물류망 마비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급망 분석센터는 "현 시점에서 러시아 제재로 반도체 관련 물류 감소가 예상된다"며 "사태 변화에 따라 물류 문제에 대해서도 국가 및 개별기업 차원의 정보 공유와 사전 정보 확인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앞서 현대차는 글로벌 물류 차질에 따른 부품 부족으로 인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오는 5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회사 측은 러시아 제재 영향이 아니라 지난해부터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재 재고 확보·공급선 다변화 분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현재 네온, 크립톤 등 반도체용 희귀가스 재고를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국내 희귀가스 수입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립톤이 48%(우크라이나 31%·러시아 17%), 네온이 28%(우크라이나 23%·러시아 5%) 수준이었다.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현재 3개월분 정도의 재고를 확보한 상태"라며 "공급선 다변화로 재고 확보에 나서는 중"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는 주요 광물을 중국, 호주, 남미 등에서 수급해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영향권에 들 수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기차 및 배터리 공급망은 '원자재→소재 업체→배터리 업체→완성차 업체'로 구성된다. 단계별로 수년 단위의 장기 계약을 맺는 특성 상 당장 받는 타격은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최근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시기에 이번 전쟁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가 나온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대표 배터리 원자재 광물인 니켈의 t당 가격은 이날 기준 2만5450달러다. 전년 평균보다 약 38%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은 결국 배터리와 전기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불안정한 정세와 불확실성으로 인한 간접·잠재적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공급망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무연탄 등 공급난 가능성에 대비해 대체원료 확보, 수입선 다변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FDPR 면제 대상 韓 포함 가능성 관심
FDPR 면제 대상에 한국이 포함될지도 관심거리다. 미국은 대러시아 제재에서 미국 밖의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소프트웨어, 설계를 사용했을 경우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FDPR를 적용했다. 유럽연합(EU) 27개국과 호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영국 등 32개국은 미국에 준하는 독자 제재를 하기로 해 이 규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한국 기업은 예외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FDPR 적용 대상인 제품을 러시아로 수출하려면 미국 상무부를 거쳐야 한다.
특히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 일부 완성품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지가 관건이다. 완성품과 민수품은 수출 통제 대상이 아니지만, 스마트폰에는 통신용 칩이 들어가 군사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제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지난해 기준 약 30%로 1위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2013년 이란인들이 외부세계와 더 자유롭게 소통할 길을 열기 위해 이란에 대한 통신기기 판매 제재를 완화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이란 사례를 들어 이번에도 스마트폰이 수출 제재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한국에서 모듈을 수출하면 러시아 현지 공장에서 조립해 생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모듈 수출이 가능한지도 관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규제 항목에 '그레이 에어리어'(애매한 영역)가 많다"면서 "정부가 한미 협의 때 이런 부분을 명확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과의 협의를 앞두고 멕시코를 방문 중인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일(현지시간) "FDPR 면제에 대한 부분은 고위급 대면 협의를 통해 최대한 빨리 양국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반러 움직임도 예의주시
애플,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러시아 내 제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사업 철수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아직 별도의 조치를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 대응 기조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시장에 공을 들여온 국내 기업들은 이번 사태 이후 현지 사업이 받을 타격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대응에 극도로 예민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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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러시아 스마트폰 및 TV 시장에서 점유율 1위 사업자이며, 세탁기·냉장고 등 생활가전 분야에서는 LG전자와 점유율 1위를 다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계속 장사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며 "최근 일련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정부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우리가 러시아에서 팔 수 있는 물품까지 굳이 솔선수범해서 팔지 않을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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