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선택했다. 이제 그와 그의 나라가 그 결과를 짊어져야 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선 러시아를 대상으로 첨단 기술 ‘수출 통제’ 등 한층 강도 높은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간 강력한 카드로 거론된 국제금융정보통신망(SWIFT) 배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직접 제재는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 같은 제재가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음도 시사했다.

◆"푸틴은 침략자" 美 추가 제재 살펴보니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푸틴 대통령의 선택은 러시아를 더 약하게 만들고 나머지 세계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며 대러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총 1조달러(약 1204조원) 자산을 보유한 러시아 주요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와 함께 첨단 기술산업 전반에 직접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수출 통제, 푸틴 대통령의 측근 제재 등이 골자다.


이번 제재로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 VTB 등 90여개 금융기관이 미 금융시스템을 통해 거래할 수 없게 된다. 재무부에 따르면 러시아 금융 기관들은 하루 평균 460억달러(한화 약 55조4070억원) 규모의 글로벌 외환 거래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80%가 미국 달러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날 제재로 거래 대부분이 불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러시아의 국방, 항공우주산업을 겨냥한 수출 규제는 러시아의 첨단 기술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설계됐다. 주요 품목으로는 반도체, 컴퓨터, 통신, 레이저, 센서 등이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제재가 미국만의 것이 아닌,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주요 7개국(G7) 회원국이 참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경제에 즉각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도 심각한 비용을 부과할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국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24일(현지시간) 포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지역의 국경수비대 근무시설에서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2.2.24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24일(현지시간) 포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지역의 국경수비대 근무시설에서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2.2.24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다만 이날 제재에는 사실상 국제 금융망에서 러시아를 퇴출 시키는 강력 카드로 평가돼 온 SWIFT 퇴출은 포함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관련 질문에 SWIFT에 대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SWIFT는 각국 금융기관이 8자리 또는 11자리의 코드를 이용해 국제금융 결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직접 제재하는 방안은 "테이블 위에 있다"면서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뜻도 내비쳤다.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계획은 일축했다. 푸틴 대통령을 ‘침략자’로 칭한 바이든 대통령은 "그와 대화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 대해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더 큰 야망을 갖고 있다"면서 "소련 재건을 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군의 유럽 파병과 관련, 우크라이나 내에서 러시아군과 싸우기 위해서가 아닌, 나토 동맹의 방어차원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러시아와 가까운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중국에 푸틴 대통령의 고립을 돕도록 촉구하고 있는 지를 묻는 질문에는 "현재로서는 언급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핵심 SWIFT 두고 서방 분열, 에너지는 손도 못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추가 제재는 연설 직전 트위터를 통해 예고했던 "엄청난 제재 패키지"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이미 침공이 시작됐음에도 러시아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이 될 SWIFT 배제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비롯한 강경파들의 주장에도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이 막아선 탓이다.


전 세계 주요 은행과 금융회사 1만1000여곳이 이용 중인 SWIFT에서 배제될 경우, 사실상 국제금융망에서 러시아를 퇴출시키는 효과가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은 ‘최후의 수단’을 명목으로 이날 반대를 표했으나, 그 이면에는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EU의 한 고위 외교관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논쟁에서 이기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내에서도 러시아와 경제 관계가 밀접할수록 택하기 어려운 카드라는 설명이다.


대국민 연설 직후 현장에서도 "제재안에 SWIFT가 언급되지 않았다. 연합국들 사이에 이견이 있느냐", "지금까지 제재는 푸틴 대통령을 막기에 충분하지 못했음이 명백하다"는 질의들이 쏟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SWIFT 관련 질문에 "유럽 국가 일부가 현 시점에선 원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다만 그는 "항상 선택 가능한 옵션"이라고 덧붙였다.


각국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도 SWIFT 배제 후 여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는 세계 12위 규모의 경제 대국이다. 러시아와 거래하는 서방 기업들에게 불똥이 불가피하다. 서방 국가의 은행들로서는 자칫 러시아에 빌려준 자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없다는 위험성도 지적된다.


여기에 미국이 제재 카드를 꺼낼수록 중국이 수혜국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바이든 대통령의 고민을 무겁게 하는 측면이다. 에스와르 파라사드 코넬대 무역정책교수는 "모든 금융 제재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무역을 촉진하고, 달러 중심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리코프에서 군인들이 부서진 장갑차를 살펴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장갑차가 교전 중 파괴된 러시아군 소속이라고 주장했다. 2022.2.25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리코프에서 군인들이 부서진 장갑차를 살펴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장갑차가 교전 중 파괴된 러시아군 소속이라고 주장했다. 2022.2.25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도 에너지 부문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에너지 부문을 제재하면 (유가 급등 등으로) 가격 측면에서 오히려 러시아에 유리해진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을 직접 제재하는 안도 포함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제재가 러시아의 키예프 점령 등 다음 단계를 위한 대응 카드로 유보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푸틴 대통령으로선 바이든 대통령이 꺼내드는 카드와 그 순서조차 모두 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그간 쏟아온 외교적 노력에도 결국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했다는 것 자체가 바이든 대통령을 수세로 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을 과소평가했냐’는 질문에 "나는 그를 과소평가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그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면서도 ‘왜 오늘 푸틴 대통령을 제재하지 않느냐’는 반복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美 이어 주요국 '수출 통제' 동참...韓 여파는

미국에 이어 EU, 일본, 캐나다 등도 연이어 러시아를 겨냥한 수출 통제에 동참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EU는 이날 반도체·첨단 소프트웨어 등 핵심 기술에 대한 러시아의 접근을 제외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또한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에 동참할 예정이다.


다만 이른바 ‘화웨이식 제재’인 수출 통제 대상에는 반도체·컴퓨터 등 국내 기업이 생산하는 품목도 포함돼 있어 한국 역시 여파가 불가피하다.


한국의 대러 수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99억8300만달러(약 12조255억원)로 전체 수출의 약 1.6% 수준이다. 이 중 자동차 및 부품 비중이 5조원 안팎인 전체의 40.6%를 차지해 수출 제제로 인한 완성차 업계의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2014년 대러 제재 당시에도 한국의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 수출은 각각 62.1%, 39.6%씩 급감했고, 매출 회복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반도체의 경우 러시아의 비중이 0.06%에 불과하지만, 차량을 비롯해 스마트폰과 가전 등 사실상 모든 완제품에 반도체 칩이 모두 들어가고 있어 피해가 예상된다.


단계적 제재를 경고해 온 미국과 주요국이 향후 러시아를 상대로 경제 제재 수위를 높여갈 경우 현지에서 사업·수출을 하는 국내 업체들의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AD

한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은 현재 수도 키예프 인근으로 진격하고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중거리와 순항 미사일을 포함해 160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전일 러시아의 동시다발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내 다수의 군사시설이 파괴되고 우크라이나인 220여명이 사상한 것으로 파악된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