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발화자 보랴 통역사 보랴···바쁜 청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유권자 참정권 보장 요구에도…'발화자별 수어통역사 배치' 아직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대선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정완 인턴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청각장애인 유권자의 참정권 보장에 소홀하다는 지적에 "2·3차 토론은 발화자별로 수어통역사를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송출 예정인 채널은 유료 가입자만 시청할 수 있어 지상파를 포함한 채널에도 발화자별 수어통역사 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1일 저녁 선관위가 주관하는 1차 대선 후보 4자 TV토론에는 1명의 수어통역사만 동시 송출됐다. 앞서 대선 후보자 선거방송 토론이 수어통역사 1명으로 진행되다보니 청각장애인들은 어느 후보가 말을 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지난 제19대 대선 당시 장애인 인권 단체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이 같은 문제를 두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제기했으며, 인권위 역시 "선거방송 화면 송출 시 2인 이상 수어통역사를 배치하라"고 권고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원심회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4월14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선거방송 토론에 2인 수어 통역사 배치 요구 및 수어 통역 불공정에 대한 차별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그럼에도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방송토론에서도 개선되지 않아,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원심회·공유&공익플랫폼 에이블업 등 청각장애인 단체들은 "4·7 재보궐선거 방송토론에서 수어통역사를 1명만 장시간 배치하는 문제가 여전하다. 어느 후보자의 발언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고 통역의 질도 떨어진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제기했다.
올해 제20대 대선 방송토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지난달 3일 열린 KBS·MBC·SBS 등 방송 3사 합동 초청 TV토론, 지난 11일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방송 6개사 주관 TV토론에서도 수어통역사가 1인만 동시 송출됐다.
수어통역사 박미애씨는 22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이러한 문제제기는 10년이 훨씬 넘은 때부터 문제제기했다"며 "아직까지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박씨는 기자협회에서 주최한 TV토론회를 예로 들며 "그때 청각장애인 칼럼니스트가 올린 글을 보면 '오징어게임에서 징검다리게임을 보는 것 같다'는 평을 남겼다"며 "수어통역사가 한 명이기 때문에 소리를 끄고 보면 어느 분이 얘기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줌아웃을 해서 네 명을 한꺼번에 보는 경우 도대체 이 네 명 중 누구의 말인지 판가름하느라 내용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대선 후보 TV토론에 수어통역사 배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지난 4일 오승재 정의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네 후보자와 사회자가 동시에 말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한 사람의 수어통역사가 토론 내용을 모두 전달하기란 불가능"이라며 "수어의 특성을 고려하여 수어통역사의 하면 배치를 결정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청년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는 수어통역사 배치 추진 간담회를 열고 "TV토론에 후보자별 수어통역사 배치"를 요구해왔다.
선관위의 뒤늦은 대응에 정치권에서는 자체적인 '수어 통역 중계'에 나섰다.
지난 21일 저녁 김광진 민주당 선대위 인재영입위원회 부단장이 운영하는 '김광진 TV'에서는 당일 열린 대선 후보 1차 토론을 실시간으로 통역해 전달했다. 수어만으로 토론회를 볼 수 있도록 토론회 사회자나 대선 후보자 1인당 수어통역사 1인, 총 5인의 수어통역사를 전담 배치했다. 다만 저작권 문제 등으로 인해 수어 통역 화면과 TV토론 영상을 동시에 송출하기는 어려웠다.
선관위는 이후 25일 열릴 2차 TV토론부터 후보별 수어 통역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유료 케이블 채널을 통해서만 시청할 수 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22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1차 TV토론 때) 수어통역사는 총 2명 운영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나고 나서 다른 한 명으로 바뀌었다"며 "2·3차 토론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복지TV'에서 발화자별로 수어통역사를 배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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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복지TV'는 케이블 TV 등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으면 시청할 수 없다는 점에서 청각장애인이 참정권에 접근할 수 있는 대책이 강구된다. 오 대변인은 지난 4일 "TV토론을 생중계하는 방송3사에 후보별 수어통역사 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 역시 명확한 한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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