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사진=대법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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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법무사가 개인회생이나 파산 사건 등을 처리하면서 서류작성·제출 대행 등 법무사의 업무범위를 벗어나 필요한 제반업무 일체를 포괄적으로 처리했다면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법무사가 작성 또는 제출한 서류를 기준으로 수임료를 책정하지 않고 사건 당 책정하고, 사건과 관련된 통지도 법원으로부터 직접 받았다는 사실을 사건 자체를 대리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로 제시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법무사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하고 3억2000여만원의 추징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무사법 제2조 1항에서 정한 '법무사의 업무', 변호사법 제109조 1호 가목의 해석, 법률의 착오 및 추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법무사법 제2조(업무) 1항은 ▲법원과 검찰청에 제출하는 서류의 작성 ▲법원과 검찰청의 업무에 관련된 서류의 작성 ▲등기나 그 밖에 등록신청에 필요한 서류의 작성 ▲등기·공탁사건 신청의 대리 ▲개인의 파산사건 및 개인회생사건 신청의 대리(다만, 각종 기일에서의 진술의 대리는 제외) ▲작성된 서류의 제출 대행 ▲위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상담·자문 등 부수되는 사무 등을 법무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로 열거하고 있다.


또 변호사법 제3조(변호사의 직무)는 '변호사는 당사자와 그 밖의 관계인의 위임이나 국가·지방자치단체와 그 밖의 공공기관의 위촉 등에 의하여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 사무를 하는 것을 그 직무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A씨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420여건의 개인회생, 파산 등 사건을 일괄 취급해 합계 4억6600여만원 상당의 수임료를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사는 A씨가 변호사가 아님에도 건당 120만원의 수임료를 받고 개인회생사건을 수임한 후 개인회생신청서, 채권자목록, 진술서, 변제계획서안 등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는 등 방법으로 변호사처럼 법률사무를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일괄 취급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법 제109조(벌칙) 1호는 변호사 아닌 자가 금품 등 이익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하거나 제3자에게 이를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게 할 것을 약속하고 소송사건이나 비송사건 등에 관해 감정·대리·법률상담 또는 법률 관계 문서 작성, 그 밖의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알선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재판에서는 A씨가 과연 법무사의 업무범위를 넘어서 변호사처럼 법률사무를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처리했다고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개인회생사건을 수임한 뒤 사건 처리를 주도하면서 의뢰인을 위해 사건의 신청 및 수행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실질적으로 대리했다는 점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법무사가 의뢰인으로부터 법원에 제출할 서류의 작성을 위임받아 그에 따른 상담을 하고 필요한 서류를 작성해 그 제출을 대행하는 행위가 변호사법이 금지하고 있는 '대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무사가 사실상 그 사건의 처리를 주도하면서 의뢰인을 위해 그 사건의 신청 및 수행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실질적으로 대리한 행위를 했는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특히 개인회생사건처럼 신청서와 함께 여러 종류의 서류들을 동시에 제출해야 하고, 제출할 서류의 내용이 비교적 정형화돼 있는 경우 단순히 여러 종류의 서류들을 한꺼번에 작성해 제출하기로 하고, 그에 대한 보수도 일괄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변호사법 제109조 1호가 금지하고 있는 '대리'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원용해 "변호사 아닌 자가 법률사무의 취급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변호사제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변호사법 제109조 1호의 규정 취지에 비춰보면, 여기서의 '대리'에는 본인의 위임을 받아 대리인의 이름으로 법률사건을 처리하는 법률상의 대리뿐만 아니라, 법률적 지식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한 행위를 본인을 대신해 행하거나, 법률적 지식이 없거나 부족한 본인을 위해 사실상 사건의 처리를 주도하면서 그 외부적인 형식만 본인이 직접 행하는 것처럼 하는 등으로 대리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대리가 행해지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키고자 하는 경우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밝혔다.


자신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해도 그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되는 법률상 '대리'의 형식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그 실질이 대리에 해당된다면 변호사법이 금지하는 소송사건이나 비송사건에 대한 '대리'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법무사 사무소에서 의뢰인들의 개인회생, 파산 등 사건을 취급하면서 서류 작성 또는 제출을 기준으로 수임료를 책정한 것이 아니라 사건 당 수임료를 책정해 받은 후 채권자목록, 재산목록, 진술서, 변제계획안, 보정서 등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고 관련 통지도 법원으로부터 직접 받는 등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문서 작성 및 제출, 서류보정, 송달 등 필요한 제반업무 일체를 포괄적으로 처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를 단순한 서류의 작성대행, 제출대행이라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변호사법에 위반해 사실상 그 사건의 처리를 주도하면서 의뢰인들을 위해 그 사건의 신청 및 수행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실질적으로 대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이는 피고인의 범행과 같은 개인회생사건 또는 개인파산·면책사건이 수임한 때로부터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 종료된다거나, 일부 관련 서류를 동시에 접수시킬 필요가 있다는 특징이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 같은 이유로 재판부는 A씨가 2010년 2월 16일경부터 2016년 12월 16일까지 취급한 개인회생·파산 사건 중 386건(수수한 수임료 4억5900여만원)에 대해 1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반면 재판부는 검사가 공소사실에 포함시킨 420여건의 개인회생·파산 사건 중 A씨가 사무장들로부터 사건을 인수받아 처리한 40건(수수한 수임료 660만원)에 대해서는 "공소사실 자체에 의해도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했는지 뚜렷이 나타나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각 사건에 관해 변호사법 제109조 1호가 금지하는 대리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 1심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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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역시 이 같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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