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도시정비법상 공개의무 대상 '관련 자료' 엄격해석해야"… "속기록은 보관 대상"
재건축조합 속기록, 공개 대상인 의사록 관련자료 아냐
자금수지보고서도 결산보고서의 관련자료 아냐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상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추진위원장이나 사업시행자가 조합원 등에게 공개해야 할 의무를 지는 '관련 자료'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에서 공개가 필요한 서류나 '관련 자료'를 대통령령에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한 만큼 법이나 시행령의 명문 근거규정 없이 공개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관련 자료'의 범위를 확장해 인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도시정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추진위원장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속기록 및 자금수지보고서가 도시정비법상 관련 자료에 해당한다고 봤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도시정비법 제124조 1항의 '관련 자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주민총회 회의록 등 서류와 관련 자료를 조합원, 토지소유자, 세입자에게 15일 안에 온·오프라인으로 병행 공개하게 한 관련 법령을 어기고 2015∼2019년 작성된 회의 자료와 의사록, 속기록 등을 공개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도시정비법은 막대한 사업 자금을 운용할 권한을 가진 조합 임원이 건설사와 유착해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투명성·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일정한 서류와 그 관련 자료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뒀지만 '관련 자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 규정을 두지 않고 있어 법률과 대통령령 등의 해석을 통해 공개 대상 자료의 범위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도시정비법 제124조(관련 자료의 공개 등) 1항은 '추진위원장 또는 사업시행자는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서류 및 관련 자료가 작성되거나 변경된 후 15일 이내에 이를 조합원, 토지등소유자 또는 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여야 한다'면서 ▲추진위원회·주민총회·조합총회 및 조합의 이사회·대의원회의 의사록(3호) ▲월별 자금의 입금·출금 세부내역(8호) ▲결산보고서(9호) ▲그 밖에 정비사업 시행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류 및 관련 자료(11호) 등을 열거하고 있다.
그리고 도시정비법 제124조 1항 11호의 위임에 따라 대통령령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제94조(자료의 공개 및 통지 등)는 공개 대상 서류 및 근거자료로 ▲분양공고 및 분양신청에 관한 사항 ▲연간 자금운용 계획에 관한 사항 ▲정비사업의 월별 공사 진행에 관한 사항 ▲설계자·시공자·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 용역업체와의 세부 계약 변경에 관한 사항 ▲정비사업비 변경에 관한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도시정비법 제124조가 공개하도록 한 서류나 근거 자료를 공개하지 정해진 기간 내에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해 공개하지 않을 경우 도시정비법 제138조(벌칙) 1항 7호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게 된다.
재판에서는 법이나 시행령에서 공개 대상으로 직접 규정하지 않은 속기록이나 자금수지보고서를 '관련 자료'로 볼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됐다. 검사는 속기록은 도시정비법에서 공개 대상으로 정한 의사록의 과련 자료로서, 자금수지보고서는 결산보고서의 관련 자료로서 각각 의무 공개 대상 자료라고 판단하고 공소사실에 포함시켰다.
1심은 A씨의 도시정비법 위반 혐의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15년 12월 19일 개최된 주민총회 및 창립총회의 속기록과 2018년 개최된 4번의 추진위위원회 회의자료 및 의사록 등을 공개하지 않은 혐의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검찰의 공소사실 중 2018년 11월 24일 개최된 속기록 작성에 대한 대금지급자료, 같은 해 12월 작성된 2018년 자금수지보고서, 2018년 카드사용내역서 병행공개시기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속기록 작성에 대한 대금지급자료' 등의 입출금 자료는 증빙 자료로서 입출금 과정을 정리한 입출금 세부내역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라고 봤다.
특히 공개 대상인 '월별 자금 입출금 세부내역'은 해당 월이 경과된 후 작성되는데, 입출금 즉시 작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입출금 자료를 공개 대상인 '관련 자료'에 포함시킬 경우 입출금 자료가 월별 자금 입출금 세부내역보다 먼저 각 작성된 날로부터 15일 내에 따로 공개돼야 하는 어색한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2심은 '속기록'이 관련 자료가 아니라는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은 반면, 1심에서 무죄가 난 자금수지보고서 부분에 대해서는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의사록이 진정하게 작성됐는지, 조합원 등의 의사 결정내용이 올바르게 반영됐는지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회의의 속기록, 회의자료, 개최결과 등을 공개의무규정에 규정된 의사록의 관련 자료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특별시의 B 운영지침 별표에서 정한 정보공개 사항에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장은 주민총회 또는 추진위원회의 '의사록'뿐만 아니라 이와 더불어 '속기록'(또는 녹음이나 영상자료), '회의내용 안내책자', '서면결의서 원본 스캔파일' 등을 의무적으로 15일 이내에 공개하도록" 규정돼 있는 것도 근거로 들었다.
반면 재판부는 자금수지보고서의 경우 공개 대상인 '결산보고서'와 직적접인 관련성이 있는 관련 자료라고 보고, 이를 뒤늦게 공개한 A씨에게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유죄 범위를 넓히면서도 A씨가 조합장에 취임할 무렵부터 조합이 재정난을 겪고 있었던 점과 조합원들이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고려해 벌금은 150만원으로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1심과 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엄격하게 해석해야 할 '관련 자료'의 개념을 확대해석했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먼저 기존 대법원 판례를 원용해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며 "그러한 취지에 비춰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도시정비법은 공개대상이 되는 서류를 각 호에서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도 '관련 자료'의 판단기준에 관하여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밖에 공개가 필요한 서류 및 관련 자료는 대통령령에 위임해 이를 추가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러므로 도시정비법 혹은 그 위임에 따른 시행령에 명문의 근거 규정 없이 정비사업의 투명성·공공성 확보 내지 조합원의 알권리 보장 등 규제의 목적만을 앞세워 각 호에 명시된 서류의 '관련 자료'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해 인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 해석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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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도시정비법상 속기록이나 녹음은 '보관 대상'이지 의사록과 같은 '공개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검찰이 결산보고서의 '관련 자료'로 해석한 자금수지보고서 역시 결산보고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지 않으므로 공개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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