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설령 실력행사가 어느 정도 법에 어긋날 소지가 있더라도 사회 구성원 다수로부터 명분의 정당성을 얻는다면 소기의 성과는 거뒀다고 볼 수 있을 테다.
이해관계에 얽힌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거리에 나서거나 피켓을 치켜든 이의 목소리를 듣고 뭔가 잘못돼 있다는 걸 알려고 한다면 그 자체로 절반은 성공이다. 파업으로 이 사회의 어딘가가 삐걱댄다고 해도 우리 구성원들은 어느 정도 불편함은 받아들일 정도로 성숙했다고 나는 본다.
그런 면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본사 불법 점거는 악수(惡手)다. 갑작스레 몰려들어 강압적으로 문을 밀치고 들어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폭력이었다. 대화를 하려는 태도는 찾기 어렵다.
거듭된 대화 요구에도 회사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탓에 강도 높은 방식을 취한 양상인데, 그간 중립적으로 사태를 지켜보는 이들도 고개를 젓게 했다. 택배가 며칠 늦게 와도 참던 시민들도 ‘이제는 더 이상 못 보겠다’며 노조를 힐난하는 기류가 번졌다. 주문한 물건을 늦게 받는 건 감내하겠지만 떼써서 삐뚤어진 요구를 관철하는 모습은 못 참겠다는 얘기다. 같은 일을 하지만 노조원이 아닌 택배기사 단체에서도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14일로 불법점거 닷새째를 맞는 가운데 강대강 대치국면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노조에서는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계좌당 50만원 채권 구입을 독려하고 나섰다. 건물 밖에서 농성하던 일부는 돌아갔지만 모든 조합원이 15일 다시 상경해 끝장투쟁을 한다고 한다. 다음 주에는 다른 회사 조합원까지 참여하는 경고파업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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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나 여당이 팔짱만 끼고 있는 것도 문제다. 파업기간만 49일째로 이미 장가화된 상태인데, 쟁점인 요금인상분 배분문제에 대해 정부는 노사문제라는 원칙만 내세우고 있다. 합의를 도출하는 데서 그칠 게 아니라 이를 이행하는 절차나 과정까지 세심히 다뤄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탓이 크다. 결국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 합의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지켜나갈지를 다룬 각론에 더 신경써야 할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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