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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규의 야구라는 프리즘]축구 결승골과 야구 결승점은 왜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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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서 80년대 '승리타점' 도입, 흥미 끌기 위한 목적
'결정적 한방'과 거리 멀어 폐지…오늘날엔 언론서 관행적 사용

[최민규의 야구라는 프리즘]축구 결승골과 야구 결승점은 왜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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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축구 1부 리그에서 뛰는 포워드 황의조(보르도)는 지난 23일(한국시간) 스트라스부르와의 홈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이 경기 스코어 라인은 다음과 같다.


1-0 황의조(17’), 2-0 알베르트 엘리스(21’), 3-0 황의조(39’), 3-1 케빈 가메이루(43’), 3-2 케빈 가메이루(57’), 4-2 황의조(90’), 4-3 압둘 마지드 와리스(90+6’)

이 경기 결승골은 몇 분에 나왔을까. ‘17분’이라고 답한다면 야구팬일 가능성이 크다. 정답은 ‘90분’이다.


미국대학체육협회(NCAA)가 펴낸 공식축구기록규칙에 따르면 결승골은 상대의 최종 득점보다 1점 앞선 골에 주어진다. 이 경기는 보르도의 4-3 승리로 끝났다. 그래서 보르도의 네 번째이자 황의조의 세 번째 골이 결승골이 된다. 축구뿐 아니라 아이스하키에서도 같은 방식이다.


반면 야구에서 결승점은 경기 끝까지 유지된 리드를 만든 점수를 가리킨다. 야구식으로는 황의조의 17분 선제골이 결승점이 된다. 결승점이라는 개념은 메이저리그가 1980년 공식기록에 ‘승리타점’이라는 새로운 통계 항목을 추가하면서 만들어졌다. 안타, 홈런, 볼넷, 내야땅볼 등으로 결승 타점을 올린 타자에게 주어지는 기록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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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등과 다른 방식으로 결승점이 정의된 데는 이유가 있다. 팀 기록인 ‘승리’라는 단어가 들어간 개인 기록 항목이 승리타점 이전에 존재했다. ‘야구 기록의 아버지’로 불리는 기자 헨리 채드윅이 1884년에 ‘승리투수’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더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가 승리 기록을 얻었다. 다음에는 이닝 수에 관계 없이 기록원이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고 판단한 투수가 승리투수가 됐다.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첫해인 1920년에 투수로 한 차례 등판해 1승을 거뒀다. 양키스가 14-7로 이긴 9이닝 경기에서 그는 선발투수로 출전해 4이닝만 던졌다.


1950년부터 오늘날과 같은 규칙이 적용됐다. 선발투수는 ①‘5이닝 이상 투구’ ②‘팀이 리드한 상태에서 물러난 뒤 동점이나 역전 없이 리드가 종료 때까지 유지’라는 조건에서 승리 기록을 얻는다. 승리타점이 도입된 1980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축구의 결승골과 같은 최종 스코어 기준 방식은 곤란해졌다.


선발투수가 5-0으로 앞선 5회초 투구를 마치고 강판됐고, 경기가 6-5 승리로 끝났다고 가정하자. 축구식으로는 선발투수가 물러난 뒤 6점째가 승리타점이다. ‘승리투수’는 승리를 결정지은 점수가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마운드에서 물러난 셈이 된다. 뭔가 이상하다. 이런 이유로 승리타점은 ‘경기 끝까지 유지된 리드를 만든 점수’가 기준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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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승리타점 기록은 1980년 4월 9일 신시내티 레즈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시즌 개막전에서 나왔다. 이해는 8일간의 선수노조 파업으로 시즌이 늦게 열렸다. 경기는 신시내티의 9-0 승리로 끝났다. 1회말 1사 1·2루에서 2루타를 날린 4번 타자 조지 포스터가 첫 승리타점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새로운 기록은 인기가 없었다. 메이저리그가 승리타점을 도입한 이유는 야구팬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였다. 팬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을 쳐내는 ‘클러치히팅’을 사랑한다. 승리타점은 클러치히팅에 대한 시상이었다. 포스터의 첫 승리타점은 야구팬과 선수가 알던 클러치히팅과는 거리가 멀었다.


메이저리그 역대 17만8873경기를 바탕으로 할 때 1회초 선두타자 솔로홈런은 원정팀의 기대승률을 45.93%에서 56.43%로 10.50%p 끌어올린다. 스코어 1-0에서 6회초 무사 만루 홈런이 나오면 기대승률은 65.41%에서 93.21%로 27.80%p나 상승한다. 통념적으로든, 통계적으로든 5회초 만루 홈런이 클러치히팅에 더 가깝다. 하지만 승리타점 기록은 1회초 솔로 홈런에게 주어진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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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메이저리그는 1988년을 끝으로 논란거리만 된 승리타점을 공식기록에서 제외했다. 메이저리그를 따랐던 일본과 한국프로야구도 각각 1989년과 1990년 승리타점을 폐지했다. 언론사에서 관행적으로 승리타점과 비슷한 ‘결승타’라는 용어를 쓰고 있을 뿐이다.


오늘날의 야구통계 전문가들은 승리타점보다 더 정확하게 클러치히팅을 가리는 수단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는 "클러치히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9회말 끝내기 홈런은 분명히 존재한다. 끝내기 홈런을 한 시즌에 여러 번 때려낸 선수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유독 잘 치는 ‘능력’은 대체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여러 야구 통계 연구의 결론이다.


끝내기 홈런과 같은 짜릿한 성공의 경험은 단지 야구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한 번의 성공이 지속적인 성공으로 이어지리라는 믿음을 갖기 쉽다. 신념에 맞는 정보만 취사선택하는 확증 편향, 한 번 성공한 방식을 고집하는 경로의존성에 빠지기도 한다. 성공의 하이라이트가 너무 강렬한 나머지 동료들의 존재가 잊히기도 한다.


적어도 야구에서 중요한 타이밍에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능력의 존재는 불분명하다. 통계 전문가만의 의견이 아니다. 한국프로야구가 낳은 사상 최고 타자인 이승엽에게 "클러치히팅은 실력인가, 운인가"라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는 "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국야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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