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이현령비현령' 국민연금 대표소송 전면 재검토해야"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올해부터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를 통해 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대표소송을 제기하기로 방침을 정한 데 대해 경제계에서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부에서조차 수책위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과 수책위원 구성상 ‘소송 카드’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7개 경제단체는 전날 공동 성명을 내고 "국민연금 대표소송은 결국 기금 수익률 하락으로 연결되고 가입자인 국민과 주주 모두에 불이익을 초래할 뿐"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계가 국민연금 대표소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목은 크게 네 가지다. 대표소송으로 인한 국민연금의 재무적 손실이 첫 번째다. 로펌 선임, 착수금 지급과 소송 종결 시까지 관리 비용이 증가하면서 국민연금의 재무적 압박은 커지는 반면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을 뿐더러 승소해도 국민연금이 이득을 보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가입자인 국민 입장에서 보면 저출산·고령화로 연금 고갈 시점이 2057년으로 앞당겨진 상황에서 무분별한 소송 남발로 기금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주주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섣부른 대표소송으로 대상 기업의 주식가치가 하락할 경우 오히려 소액주주의 피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대표소송 결과 기금이 패소한 경우 회사의 피해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없다.
국민의 노후 자금을 이용한 과도한 주주권 행사라는 점도 문제다. 국민연금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은 현재의 의결권 행사와 기업 관여(engagement)만으로도 충분한 주주권 행사 실현이 가능하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2017년 2899건, 2018년 2864건, 2019년 3289건, 2020년 3397건 등으로 증가 추세다. 그런데 오히려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고도 실제 부결된 비율은 평균 2.4%에 불과할 정도로 수책위의 의결권 행사 방향 결정이 전체 주주 의사에 반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처럼 헤지펀드의 위협 소송 도구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미국에서 대표소송은 헤지펀드가 최종 승소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소송 중 회사와 합의를 보는 압박용으로 주로 활용된다. 4대 그룹 한 임원은 "국민의 노후 자금을 책임지는 국부펀드가 자국 기업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선례를 찾기가 어렵다"면서 "이현령비현령 식의 대표소송은 기업의 모든 판단이 소송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중소기업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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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와 국민연금 내부에서는 수책위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민연금 수책위는 근로자 단체가 추천한 원종현 위원장을 포함해 근로자 단체(3인), 사용자 단체(3인), 지역가입자 단체(3인) 등 9인으로 구성돼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수책위가 전문적 지식을 담보할 수 있는지, 정치적 이슈에서 중립적인지 의문"이라며 "수책위가 부당한 소송 제기 결정을 내리면 내부적으로도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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