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택소노미에 '원전 포함 요구' 끝내 외면한 환경부
원전 수출·SMR 개발 자금조달 차질 우려
내년 대선 이후 논란 재점화 불가피
[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정부가 끝내 원자력 발전을 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확정했다. 국제 기후변화 정책을 주도하는 유럽연합(EU)도 원전 포함 여부에 대해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먼저 ‘원전은 친환경산업이 아니다’라고 명시한 것이다. K-택소노미 수립 과정서 "원전은 전주기 초저탄소전원"이라며 호소한 원전 운영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의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탈(脫)원전 정책 탓에 가뜩이나 어려운 원전업계 입장에선 원전 수출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과정의 자금 조달 차질 우려까지 커지게 된 셈이다.
환경부는 EU가 원전을 포함하거나 국내 여론 등의 상황을 감안해 재검토하겠다며 여지를 남기긴 했다. EU는 지난 22일 원전 포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회원국들의 이견에 다음 달 중순으로 결정을 미룬 상황이다.
택소노미는 ‘무엇이 녹색경제활동’인지를 정하는 기준이다. 기업 입장에선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을 받아야 보다 금리가 싼 녹색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환경부는 K-택소노미는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며 ‘제외됐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는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후폭풍은 이제 시작이다. 우선 EU가 원전을 현재 작성 중인 택소노미에 포함할 경우 국내에서도 원전 포함 여부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850조원 자산 규모 국민연금 등은 내년부터 K-택소노미를 투자 결정에 활용한다. 논란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원전업계는 당장 투자 제약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원전에 대한 투자를 꺼리면 국책은행도 원전에 자금을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 해외 추진 프로젝트도 신뢰를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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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대선 주자들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거나 적어도 SMR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도 1년 후 택소노미를 바꿀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어려움을 겪어온 원전업계 입장에서 투자유치 난항은 치명적일 수 있다. 1년 간 발생할 유무형 손해는 누구도 말을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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