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2년]모니터 속 교수·동기들…MT·축제는 물거품
강의·조별과제도 온라인으로
학교 지리 모르는 신입생도 다수
"이게 대학 수업 맞나 회의감"
밥 약속 대신 모바일 쿠폰으로
학점 인플레에 취업 불이익 걱정
22학번도 '코로나 학번' 우려
#올해 서울 4년제 대학에 입학한 김희영씨(20·가명)는 축제도, MT도 없이 대학생활 첫 해를 마무리했다. 김씨는 초·중·고를 같은 지역에서 나와 대학에서 타 지역·전공인 친구들과 교류하는 것이 큰 바람이었다. 학과 학생회에서 활동하는 김씨는 1년 내내 화상회의에 참여했다. 김씨는 "MT와 축제에 가는게 가장 큰 로망이었는데, 대학생 다운 대학생활을 못한게 아쉽다"며 "강의나 조별과제도 온라인으로 하니까 이게 대학 수업인가 회의감을 느꼈다. 솔직히 등록금도 많이 아까웠다"고 했다.
#20학번인 이예진씨(22·가명)는 2년 간 도서관에서 공부한 기억이 많지 않다. 반수(재학 중 수능을 다시 치름)를 한 이씨는 코로나19 이전에 시험기간에 자리를 맡으러 새벽 일찍 집을 나섰지만, 작년부터는 집과 카페에서 시험 공부를 했다. 캠퍼스에 사람이 없어 식사 해결조차 어려워져서다. 이씨는 "도서관은 가용 좌석도 적고 운영시간도 짧아져서 자주 못 갔고 필요한 책은 전자도서관에서 빌려봤다"고 했다. 강의 뿐만 아니라 시험도 모두 비대면으로 쳤다. 이씨는 웹캠 두대를 설치해 한대는 눈동자 움직임을, 나머지 한대는 책상과 손을 비춰 컨닝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했다.
20·21학번들에게 캠퍼스는 존재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다. 원격수업이 계속되면서 이들은 학교 지리를 익힐 시간조차 없었다. 조별과제도 시험도 모두 온라인이었다. 새학기에도 선후배들과 ‘밥약(밥 약속)’으로 다이어리를 채우지 못하고 모바일 상품권으로 마음을 전하는 것이 당연해져버렸다.
코로나 시대의 대학생들에게 과방이나 동아리방, 강의실보다 카카오톡과 줌, 웹엑스가 더 익숙한 공간이다. 수업이나 조별과제, 학생회나 동아리, 학회 모임까지 모두 비대면으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입학 전 새내기들을 위한 행사 ‘새터’나 봄·가을에 열리는 ‘축제’도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돼버렸다.
잃어버린 2년, 어색한 캠퍼스
20·21학번에게 작년과 올해는 ‘잃어버린 2년’이다. 반수를 해서 20학번이 된 이씨는 "학생회나 학과 행사 모두 거리두기나 행정명령을 어기는 것이어서 함부로 모일 수가 없었다"며 "19학번일 때 느낀 설렘을 기대하고 새 학교에 왔는데 코로나 때문에 MT도, 축제도 즐길 수 없어서 너무 아쉽다"고 했다. 이씨는 "토론수업도 대면수업을 못 했고 회의나 학술제 행사도 모두 카톡이나 화상회의였다"고 토로했다. 대면시험을 제외하면 동기·선후배들과 한 자리에서 모이는 건 불가능하다.
21학번 김씨는 "교수님이 대면수업이 불가능하면 시험이라도 대면으로 꼭 쳐야 한다고 해서 그때 동기들의 얼굴을 봤다"며 "선배들 중 일부가 입학 축하한다고 모바일 교환권을 보내줬고 나중에 ‘밥약’을 잡기로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전의 대학생활을 경험한 이들에게도 간극은 컸다. 부산 소재 대학을 다니다 서울 소재 학교로 편입한 18학번 정모씨는 "편입생도 학교 선후배가 누군지 모르고, 심지어 일부는 학교에서 수업을 한 번도 못 듣고 졸업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서울에서 대외활동할 기회가 많다고 생각해서 편입을 했는데 대외활동이 사라지거나 비대면으로 전환되는 일이 많아서 안타깝다"고 했다.
대구 소재 2년제 대학을 올해 졸업한 배모씨는 "졸업식은 참석하지 않았다. 주변에 간다는 사람도 없었고 코로나 때문에 찜찜했다"며 "학기 중에 찍은 단체사진이 유일한데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밖에서 봐도 알아보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윤성옥 경기대 영상미디어학부 교수는 "대학에서 지식만 배우는 것이 아니고 교수와 관계, 선후배와의 관계 등 작은 사회를 경험하는데 이런 기회가 없어 학생들이 고립된다는 느낌도 받았다"며 "대학 강의는 수험생 때 듣는 인강과 다른데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이 걱정된다"고 했다.
학점 인플레…변별력은 어쩌나
원격수업으로 절대평가 강의가 늘어나면서 대학생들이 받는 성적은 전반적으로 상향됐지만 ‘학점 인플레’로 취업에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대학생들도 많다. 20학번 이씨는 "절대평가의 수혜자였다고 생각한다"며 "학점을 잘 받아서 기분은 좋지만 취업할 때 학점이 얼마나 변별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새해 4학년이 되는 18학번 정씨는 "절대평가로 바뀐 첫 학기에는 학점을 후하게 주다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다"며 "확실히 이전보다 학점받기가 쉬워지고 4.0이 너무 흔하다. 학점보다 실력, 프로젝트 경험이 더 중요한 전공이라 이를 집중적으로 보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2021년 4월 대학정보공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B학점 이상을 취득한 재학생 비율은 87.5%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보다 15.8%포인트나 늘었다. 비대면수업이 활성화되면서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강의가 늘어난 영향이다. 서울대도 지난해부터 등급제 성적평가가 적용되는 수업에 절대평가를 권고했고, 교수와 학생 전원이 동의하면 S/U평가(급락제)로 운영방안을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일부 교수들은 학업 분위기 등을 고려해 상대평가를 고집하기도 한다. 김씨는 "교수님이 비대면수업에서 학구열이 떨어진다고 전공수업만 상대평가로 했다"고 말했다.
22학번도 ‘코로나 학번’일까
내년에도 대학들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2학기부터 실험·실습·소규모 강의는 대면수업을 허용했으나 대부분 대학들이 비대면 위주의 수업을 운영했다. 교육부의 방침대로 2022년 새학기부터 전면 대면수업으로의 전환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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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을 치고 캠퍼스 입성을 기다리는 예비 대학생들은 ‘코로나 학번’을 계승하게 될까 걱정하기도 한다. 예비 22학번 장모씨는 "고등학교 2년 내내 비대면수업을 들었고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비대면수업을 들어야 한다면 너무 속상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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