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금융취약계층 절벽으로 내모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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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1금융권(시중은행), 2금융권(저축은행·캐피탈·상호금융 등)에 이어 3금융권(대부업)에서도 대출을 거절당해 막막했는데, 사금융이 저를 살렸습니다." 얼마 전 벗들과 단골 호프집에서 술 잔을 기울이던 중 사장님이 이달 장사를 접는다며 던진 말이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13년째 호프집을 운영 중인 김건영씨(44·가명)는 어려울 때 손 내밀어준 곳이 사금융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김 씨는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상품도 문의했지만 까다로운 자격 요건 탓에 대출을 받지 못했다"며 "인건비, 임대료, 관리비 등 운영비를 더이상은 감당할 수 없어, 이달 31일 문을 닫는다"고 속상한 심정을 드러냈다.


정부가 급등한 집값을 잡겠다며 가계대출을 옥죄면서 금융취약계층이 사금융으로 떠밀리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에 상대적으로 신용점수가 낮은 이들이 주로 찾는 저축은행·개피탈·상호금융 등으로 고신용자가 몰려서다. 시중은행 대출 제한에 따른 풍선효과다.

일부 상호금융의 가계대출은 이미 중단됐다. 지난달 말 새마을금고는 주택 구입관련 대출을, 신협은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신규 가계대출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시중은행의 대출이 막히자 예비 대출자들이 몰리면서 상호금융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4.1%)를 넘어설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캐피탈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금융권에서 외면당한 금융취약계층이 찾을 수 있는 합법 대출의 마지노선은 대부업체지만 이 역시 좁은 문이다. 대부업체들은 지난 7월 법정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자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고 있다. 일부 대부업체는 ‘더이상 비전이 없다’며 대부업 라이선스를 반납할 정도다.

급전이 필요한 금융취약계층이 사금융으로 대거 밀려나는 이유다. 이미 금융당국은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약 3만9000명이 사금융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 2018년 법정최고금리를 연 24%로 낮췄을 당시에도 5만여명이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사금융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 속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막다른 길에 내몰려 아우성이다. 정부의 방역지침에 반발한 일부 자영업자들은 지난 27일 간판 불을 끄고 저녁장사를 하는 ‘소등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더욱이 처지를 비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대구에서 헬스장 관장이, 지난 21일에는 서울 잠실 중국집 사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근 서울 마포에서 23년 간 식당을 운영했던 50대 자영업자가 거주하던 단칸방 보증금을 정리해 월금을 주고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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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출 옥죄기가 상환능력 중심의 대출 취급을 정착시키기 위한 결단일 수 있다. 하지만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는 소홀했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보다 정교한 가계부채 대책과 대출 문제 해결에 대한 실질적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금융취약계층의 신음 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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