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백신 미접종자 치료 하느라 우리 아버지 죽어" 딸의 절규
코로나19 환자 넘치는 美 아이오와주
폐혈증 환자 15일 대기 끝에 눈 감아
"미접종자들이 아버지 치료 막아" 유족 분노
위중증 위험성 높은 미접종자에게 의료 자원 쏠려
일부 국가 '미접종자 치료비 자가 부담' 정책 시행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병원에서 백신 미접종자들을 치료하느라 제 아버지가 죽었습니다. 왜 우리가 피해를 봐야 하나요?"
코로나19에 감염돼 위중증을 일으킨 백신 미접종자들에게 병상을 제공해야 하는지 여부가 여러 나라에서 새로운 갈등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병상·의료 인력 등 보건 자원이 빠르게 줄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접종자들을 치료하느라 일반 환자가 제때 수술·간병 등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논란이 커진 것이다.
의료 체계 과열로 인해 소중한 가족의 목숨을 잃은 이들은 "미접종자들이 간접적으로 죽인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의료가 환자를 차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병원 치료받아야 하는데…대기하다가 사망
28일(현지시간) 미 매체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 아이오와주 한 학교장을 지냈던 데일 윅스씨는 지난달 28일 작은 병원 병실에서 눈을 감았다. 백신 2차 접종은 물론 부스터샷까지 맞은 그의 사인(死因)은 코로나19 감염이 아니었다. 그는 폐혈증 때문에 사망했다.
이 병은 세균에 감염된 혈액이 전신에 퍼져 염증을 일으키는 증후군이다. 미 시민단체 '폐혈증 연합'에 따르면 매년 27만명의 미국인들이 폐혈증으로 사망한다.
윅스씨는 치료를 받기 위해 아이오와주 인근 병원들을 찾아다녔지만, 큰 병원들은 이미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느라 꽉 찬 상태였다. 결국 그는 자택에서 80마일(약 128km) 떨어진 작은 병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자, 미국 보건당국은 지난해 임시 야전병원을 설치해 대응했다. 사진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야전병원 모습. / 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문제는 윅스씨의 병세가 이미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병원 측은 대형 병원에서 전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윅스씨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들이 퇴원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게 15일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윅스씨는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병환으로 숨졌다.
윅스씨의 가족은 '백신 미접종자들이 간접적으로 사망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고 분노했다. 윅스씨의 막내딸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미접종자들이 (아버지의 치료를) 막은 거나 다름없다"라며 "정말 화가 난다"라고 토로했다.
◆부족한 의료 자원…'미접종자 환자 치료' 두고 갈등 커져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들을 치료해야 하는지 여부가 새로운 사회적 갈등으로 불거지고 있다. 부족한 의료 자원이 미접종자들에게 쓰이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최근 아이오와주 보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병상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중 약 82%는 백신 미접종자들이다. 집중 치료 병상의 88%도 미접종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갈등은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위중증 환자 수가 1000명을 넘는 등 의료 체계에 대한 부담이 심각해지자 결국 '방역 U턴'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에서도 상황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중순까지 약 2주 동안 미접종자는 18세 이상 성인의 8%에 불과했으나, 이들은 위중증 환자의 51%·사망자의 54%를 차지했다. 소수에 불과한 미접종자 그룹에게 의료자원 상당량이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앞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전담하는 병상이 늘면 일반 환자는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볼 우려도 있다. 병실 건물이나 병상, 산소 호흡기 등은 정부가 구매해 충당할 수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의료 인력은 상급 병원에서 확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일반 진료를 담당할 인력이 줄어들어 '적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공공 의료 기관이 백신 접종 여부를 기준으로 환자를 차별하는 것은 엄연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반박도 있다.
한 누리꾼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 방역패스조차도 '백신에 대한 안전성과 부작용에 대한 완벽한 파악'이 선행되기 전에는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미접종자에 대한 정책적 차별은 헌법 제10조에 어긋나는 전체주의 국가 행정이다. 접종과 미접종에 대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라"라고 강조했다.
◆일부 국가선 미접종자 환자 치료비 '자가 부담' 정책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들은 병상 치료를 받는 미접종자에게 비용을 '자가 부담'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 싱가포르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지난 8일부터 미접종자에 대한 치료비 자가 부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옹 예 쿵 싱가포르 보건부 장관은 이번 조치에 대해 '보건의료자원 대부분이 미접종자에게 집중되는 불균형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백신 접종을 여전히 미루는 이들에게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현행 감염병예방법상 '제1급 감염병'에 해당하는 코로나19는 관할 시·도가 치료비를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미접종자에 한해 치료비의 일부를 자가 부담하게 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26일 기자 간담회에서 "위중증 환자가 어느 정도 치료를 받고 고비를 넘기면 일반 병실로 가야 하는데 (환자들이) 안 간다고 한다. 그러면 '지금부터는 치료비를 당신이 부담해야 한다'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면 "이렇게 하면 수도권에서 130~150개 병상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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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고,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은 재난이라는 점에서 책임이 어디까지 있는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라며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관점에서 고민해볼 것"이라고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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