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유감을 표한다. 특히 당사자의 공식적인 사죄 표명이 없는, 전격적인 권한 행사는 법적 하자가 없다 할지라도 정치적 하자는 크다. 향후 박 전 대통령은 대국민 사죄로 명실공히 특별사면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보완해 주길 바란다.


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정당성 논쟁과는 별개로 정치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캠프보다 윤석열 국민의힘 선거캠프가 더 복잡해진다. 박근혜 탄핵에 있어서 윤석열이 사법 수사의 중심이었다면, 핵심 참모인 권성동 의원 등은 탄핵의 헌법적·정치적 과정 한가운데 있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는 ‘형님 리더십’을 갖고 있다 하더라고 정당 리더십은 취약하다. 국민의힘은 아직 친이명박 계열과 친박근혜 진영의 잔영이 짙게 남아있고 윤 후보는 그 위에 얹혀있는 격이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윤 후보에 대한 정치적·지역적 일체감이 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박 전 대통령의 등장은 정치공학적으로 좋지 않은 원심력이 존재하게 된 셈이다.


박근혜 특별사면이 윤 후보의 지지율에 끼칠 영향은 당장에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보수 진영 계승자로서 윤 후보의 자리매김이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 친이·친박 또는 비박을 극복하는 통섭과 포용의 리더십이 가장 이상적일 수 있지만, 박근혜 정치를 수용하느냐 포기하느냐 양자택일의 시간이 올 수 있다.

[시시비비] 박근혜 특별사면의 정치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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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가 박근혜 이후의 국민의힘 리더십을 완전히 승계하거나 흡수했다면 별 문제 없지만, 현재는 ‘후보’ 지위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에서 불안정하다. 정권 교체의 드센 바람이 윤석열을 후보로 등극시켰지만 박근혜 특별사면은 윤 후보의 리더십에 심각한 새 과제를 추가하고 있다.


윤 후보와 달리 이재명 후보는 복합적 대응을 잘할 경우 박근혜 특별사면의 정치 파장을 최소화하거나 유리한 방향으로 유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후보는 박근혜 특별사면에 대한 반대를 대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전반적으로 사면 반대 입장이었으며, 이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배제 및 낙마 과정에서 입증된 바 있다. 국정농단 심판과 국민통합은 촛불혁명의 근거였고 이것이 집권 여당의 존립 기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후보는 집권 여당의 후보이기에 견고한 지지층을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유권한 행사를 존중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 경우에도 박 전 대통령의 사죄가 필요하다는 토를 달아야 할 것이다. 이 외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건강 염려를 언급함으로써 TK 지역에서 표심 공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사면 반대·대통령 결정 존중 및 사죄 요구·건강 염려 등 복합적 대응이 이 후보에게 필요하지만, 그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


과거 박 전 대통령에게는 ‘선거의 여왕’이라는 명성이 있었다. 탄핵과 수감 그리고 특별사면의 처지에서도 이번 선거에서 그 명성이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 후보에게는 정치적 색깔과 이념의 결정을 요구하고 있고, 이 후보에게는 통합의 정치 능력을 요구하는 측면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만 가지 변수가 횡행하는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특별사면의 정치 파장은 결코 도외시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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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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