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타자기]인생의 겨울을 살아내는 것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는 다양한 결말이 있다. 잔혹 동화로 불리는 패러디 버전도 여럿이다. 성실한 개미와 여유 부리는 베짱이를 대조한 큰 틀은 그대로지만, 과연 개미만 옳은 것인가를 두고 훗날 여론이 갈리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여왕개미 밑에서 평생 노예처럼 일만 하다 빈손으로 삶을 마감하는 일개미와 공동체의 일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고 편하게 살아도 집 한 채만 보유하면 문제가 없는 베짱이를 잔혹하게 비교한 동화가 대표적이다. 과연 누가 옳았던 것인가를 두고 학계에서는 명제나 가설을 세워 따져보려는 시도도 적지 않았다. 물론 정답은 아무도 찾지 못한 것 같다.
영국 작가, 캐서린 메이는 갑작스럽게 닥친 인생의 겨울 한가운데서 개미와 베짱이 같은 동화와 자연 등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겨울이 무엇인지 고뇌한다. 그의 저서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를 통해서다. 이 책의 원제는 ‘윈터링(Wintering)’이다. 윈터링의 사전적 의미는 겨울나기로, 동물이나 식물 등이 겨울을 견디고 나는 일을 가리킨다.
하지만 저자는 윈터링을 추운 계절을 ‘살아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추운 계절을 ‘사는 것’이 아닌 ‘살아내는 것’이라는 보조동사를 굳이 사용한 데서 그 행동이 힘든 과정임을 보이려는 의도가 읽힌다. 저자가 말하는 ‘겨울’은 추운 계절이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단절돼 거부당하거나 대열에서 벗어나거나 발전하는 데 실패하거나 아웃사이더가 된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인생의 휴한기를 뜻한다.
이 책은 9월 인디언 서머 시즌부터 이듬해 3월까지 반년 동안 메이에게 갑자기 찾아온 인생의 힘겨운 순간을 ‘겨울’에 비유한 회고록이다. 남편과 본인의 건강 악화, 실직, 아들의 등교 거부 등 자신을 둘러싼 일이 한꺼번에 터지는데, 이를 받아들이고 이겨낸 경험을 담담하게 전한다.
메이는 의식적으로 겨울 안으로 들어가는 법을 배웠고, 겨울을 살아내야 하는 독자에게 지혜를 전달하고자 했던 것 같다. 대다수의 사람은 내 삶에 겨울이 서서히 스며드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불운을 마주하지만, 겨울은 오히려 내 삶을 보다 지속가능한 것으로 변화시키도록 돕고 혼돈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열린 초대’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혹독한 겨울을 겪고 나서 슬픔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삶을 터득했다. 행복이 하나의 기술이라면, 슬픔 역시 그렇다는 것. 우리는 슬픔을 책가방 속에 쑤셔 박아 놓고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배우지만 때때로 그 또렷한 외침에 귀 기울이는 법을 익혀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윈터링이라고 정의한다.
얼음이 모두 녹고 난 뒤에도 메이는 과연 내가 잘해내고 있는가를 수천 번 반문한다. 페그웰 만 주변을 산책하며 앨런 와츠의 말을 떠올리면서. "삶은 본래 통제할 수 없다. 우리의 안락과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 받으려 할 것이 아니라, 삶의 본질인 끝없고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급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통은 우리가 이 근본적인 진실에 저항하는 데서 온다"는 것을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겨울을 지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 직시용이다. 내 주변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채고 그것을 ‘살아내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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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캐서린 메이/이유진/웅진지식하우스/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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