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내국인 면세한도' 현실화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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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국내 면세점 산업은 해마다 20~30%의 매출 신장세를 기록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단체관광객(유커)들이 급감하는 동안에도 한국 면세품을 찾아 몰려든 따이궁(중국 보따리상) 덕분에 2019년까지 국내 면세점은 매출 규모가 24조8600억원에 달하며 당당히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하늘길이 막히면서 고스란히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시장은 약 15조5000억원으로 1년 사이 38%나 쪼그라들었고, 일부 면세점은 비싼 임차료를 부담하기 어려워 공항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세계 1위 한국 면세점이 고초를 겪고 있을 때 중국 면세점은 날아올랐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직후 하이난을 방문한 내국인을 대상으로 180일간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내렸다. 연간 1인당 면세 쇼핑한도도 3만위안(약 515만원)에서 10만위안(1715만원)으로 3배 이상 늘렸다. 하이난의 면세점 매출은 2019년 136억위안(2조4000억원)에서 2020년 327억위안(5조7800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고, 올해는 또다시 배 가까이 늘어 93억달러(약 10조63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도 면세점 산업을 지원하고자 한시적이나마 면세점 특허수수료 인하, 공항 면세점 임차료 감면, 무착륙 관광비행 면세품 구입, 장기 재고품 내수판매 등을 허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내년 3월부터는 현재 5000달러(595만원)인 내국인 면세점 구매한도를 전격 폐지한다. 업계에선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리라 기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영 탐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내국인 관광객이 전무한 상황에서 국내 면세점 시장이 지나치게 따이궁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간신히 회복세를 보여 작년보다 15% 증가한 18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면세점들이 따이궁에게 지불하는 송객수수료 또한 작년보다 1조원 늘어 올해는 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따이궁 유치를 위해 국내 면세점 간 과도한 출혈경쟁을 벌인 탓이다. 현재 국내 면세점 매출에서 따이궁이 차지하는 비중은 98%까지 높아졌고, 그중 97%가 화장품 한 품목에만 집중돼 있다.

해외여행이 재개되더라도 중국인 관광객 또는 따이궁을 중국 면세점에 뺏길 경우 내국인 수요만으로는 매출 회복이 요원해 보인다. 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이 계속되면 그나마 국내에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따이궁 숫자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중국 본토에서 한국 면세 화장품 수요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결국 국내 면세점을 살리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과감한 제도 개선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바람이자 요청이다. 그 첫 번째가 국민들의 높아진 소비 수준과 내수소비 진작 효과를 고려한다면 7년째 여전히 600달러(약 67만원)에 멈춰 있는 면세한도를 가장 먼저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웃 국가인 일본의 면세한도는 20만엔(약 205만원), 미국은 800달러(95만원), 중국은 5000위안(약 95만원)이다.


최근 홍성화 제주대 교수(관광경영학과)는 제주 지역을 1년간 한시적으로 면세한도 상향 시범지역으로 지정하고 면세한도를 3000만달러까지 올려 내국인들의 해외쇼핑 수요를 국내로 선회시킬 수 있을지 검증해 볼 것을 제안했다. 국회에선 지난 2019년 내국인 면세한도를 800달러까지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 관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가 회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특허 수수료 체계 개선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면세품 온라인 판매 등과 같은 방안도 거론된다. 조세 형평성 논란이나 사치소비 조장 우려와 같은 이유로 주저하기엔 지금 우리 면세점 산업 자체가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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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경제부 차장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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