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연말이 되면 올해의 사자성어가 등장한다. 2001년부터 ‘교수신문’에서 연말기획으로 발표하기 시작했는데 신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교수들이 명예를 걸고 선정하는 것인 만큼 그냥 직관적으로 뚝딱 고르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과정을 거친다. 먼저 추천위원단에서 추천을 하고, 예비심사단에서 심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전국 교수들을 대상으로 본 설문을 돌린다. 우리 사회의 지성인들이 한 해 동안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한자 네 글자로 꿰뚫어내는 작업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선정된 올해의 사자성어를 훑어보면 우리 사회의 흐름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21세기를 연 사자성어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다. 2002년에는 이합집산(離合集散), 2003년에는 우왕좌왕(右往左往)이었다. 필자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여기까지는 평범한 국민들이 알만한 사자성어였는데 2004년부터 갑자기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당동벌이(黨同伐異)라는 사자성어를 아는 사람 손? 푼돈벌이는 아는데...... 2005년의 사자성어 상화하택(上火下澤)은 어떤가? 그 뒤로 밀운불우(密雲不雨), 자기기인(自欺欺人), 호질기의(護疾忌醫), 방기곡경(旁岐曲逕), 장두노미(藏頭露尾)......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올해의 사자성어 중에 독자님들은 몇 개나 알고 있는지? 무식한 필자는 하나도 모르겠다. 2011년 이후에도 극강의 난이도는 이어진다. 엄이도종(掩耳盜鐘), 거세개탁(擧世皆濁), 도행역시(倒行逆施) 등등 그야말로 오리무중 아이돈노 어리둥절이다.
교수님들께 부탁드리고 싶다. 초심을 찾으시라고. 일자무식한 필자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는 없으나 이건 너무 어렵다. 평범한 국민 열에 다섯 정도는 알만한 사자성어를 골라주시면 어떨까? 나만 아는 어려운 문자를 자랑하는 일보다 모두가 아는 언어로 진리를 깨우쳐주는 일이 스승으로서 본령에 더 부합하지 않겠는가?
2021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묘서동처(猫鼠同處)라고 한다. 역시 모르는 사자성어다. 고양이 묘, 쥐 서, 한 가지 동, 곳 처, 직역하면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이고 의역하면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된다는 뜻이란다. 풀이를 보고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권력의 눈치를 보는 비겁한 언론과 수사기관이 떠오르고 범죄자들과 결탁한 정치인들의 얼굴도 떠오른다. 다만 이것도 너무 낯 설어서 내년 이맘때면 잊어버릴 듯하다.
그래서 필자가 2021년 올해의 사자성어를 다시 선정해보았다. 원래 사자성어란 한자이어야 하지만, 우리말을 사랑하는 정신을 발휘해 한글 네 글자로 골라보았다. 영예의 주인공은 ‘도긴개긴’. 사전을 찾아보면 뜻풀이가 이러하다. 둘이 조금의 우열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비슷한 말로 오십보백보나 그 놈이 그놈 정도가 있을 테고, 도찐개찐은 틀린 표기다. 유래를 찾아보면 윷놀이에서 나온 말인데 도로 말을 잡을 수 있는 거리나 개로 말을 잡을 수 있는 거리가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올해의 사자성어 도긴개긴, 독자님들은 동의하시는지?
무려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대체 누구를 골라야 하나. 대권후보들과 관련한 기사를 읽다보면 올해의 우스개라고 할 만한 댓글들이 넘쳐난다. 그 중 이런 글이 자주 보인다. 똥맛 카레냐 카레맛 똥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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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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