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도 참가한 교수신문 설문조사에서 교수들이 정의한 2021년 한국 사회의 자화상은 ‘묘서동처(猫鼠同處)’라는 사자성어였다.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880명을 대상으로 6개의 사자성어를 제시하고 그중 2개를 선정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묘서동처는 총 1760표 가운데 514표(29.2%)를 받았다. 이의 의미는 고양이가 쥐가 함께 있다는 것으로 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쥐와 한패가 된 걸 의미한다. 이를 해석하면 도둑을 잡는 자가 도둑과 한통속이 되었다는 것으로 국정을 책임지거나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묘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위는 ‘인곤마핍(人困馬乏)’ 즉,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의미로 코로나 때문에 국민이 피곤한 한 해였다는 것이고 3위는 이전투구(泥田鬪狗)로 물고 뜯으며 사납게 싸운다는 의미로 개인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다투는 우리 모습을 의미한다.
이번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는 ‘사악한 것을 부수고 사고방식을 바르게 한다’는 뜻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되었다. 박근혜 탄핵 이후 새 시대에 대한 기대와 과제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1년이 지난 2018년에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이 뽑혔다. ‘책임은 무겁고 길은 멀다’라는 의미다. 2년 차 정부에서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이 남아 있으며, 굳센 의지로 잘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는 기대가 담겼다고 할 수 있다.
2019년에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라는 ‘공명지조(共命之鳥)’가 뽑혔다. 어느 한쪽이 없어져도 자기만 살 것처럼 생각되지만 동시에 죽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우리 사회가 겪은 극심한 좌우 분열의 안타까움이 반영된 것으로 좌우를 넘어 상생과 협치로 통합을 이루라는 주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2020년에는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의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선정되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 세태를 꼬집은 말로 원전이 따로 없이 '내로남불'을 한문으로 옮긴 신조어다.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서로를 상스럽게 비난하고 헐뜯는 소모적 싸움만 벌이는 정치권을 힐난한 것이었다.
정부 출범 초기 파사현정(破邪顯正), 임중도원(任重道遠)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국민적 염원이 3년 차인 2019년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시작으로 ‘아시타비(我是他非)’ ‘묘서동처(猫鼠同處)’를 거치면서, 혼란, 대립, 불신으로 가득한 서글픈 자화상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2021년을 정리하는 12월이지만 2년째 코로나 위기는 끝날 줄 모르고 이에 따른 자영업자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으며, 국민의 평범한 일상으로의 복귀도 멀어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는 내년 3월로 다가오고 있지만 정책 경쟁은 없고 비리 의혹만이 난무하면서 국민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취업, 내집 마련 등의 꿈을 잃은 청년들은 가상자산 투자를 통해 일확천금을 꿈꾼다.
이런 세태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치열한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나와 가족의 안위만 생각할 뿐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사로운 일이나 이익보다 공익을 앞세운다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을 되새겨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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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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