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도 서한에 사인했는데…美반도체법 지원 대상 논쟁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미국 반도체산업지원법(CHIP for America Act) 지원 대상을 놓고 인텔이 자국 기업 우선주의 견해를 지속적으로 내놓으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인텔의 반발이 향후 투자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향후 5년간 520억달러(약 61조3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미 상원은 통과했으나 아직 하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미국 반도체 업계는 관계 기관과 만나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 1일 글로벌 반도체, 자동차, 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 59명의 서명을 받아 공급망 강화 차원에서 이 법안이 조속한 시일 내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제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최시영 파운드리 사장과 SK하이닉스 이석희 사장도 포함됐다.
이 서한에는 인텔, 대만 TSMC, 네덜란드 ASML 등도 이름을 올리며 반도체 업계가 단합한 듯 보이지만 각 기업의 속내에는 차이가 있다.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산시설에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금을 가급적 많이 지원받는 것이 기술·사업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지난 8일(현지시간) 기고문을 통해 반도체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다른 국가와 경쟁하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미국의 투자 없이 미국은 경제와 국방을 지원하는 반도체에 대한 지속가능한 접근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겔싱어 CEO는 이전부터 반도체 업계가 현재 아시아에 집중돼 있어 현재의 공급망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면서 미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지원금이 자국 기업에만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최근 TSMC를 창립한 장중머우 전 회장과 류더인 회장은 "겔싱어가 무례하다"면서 직설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상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의 버트런드 로이 회장은 "미국 내 건강한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TSMC, 삼성전자 등과 같은 외국 기업들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공식적인 언급은 하고 있지 않지만 이러한 인텔의 견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최근 170억달러의 미국 투자를 확정한 삼성전자의 경우 향후 투자 비용과 직결되는 이슈인 만큼 미 정부와 의회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 SK도 최근 최태원 회장이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 가능성을 언급, 비용 산출 등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100조 날리게 생겼는데…"삼성 파업은 역대급 특수...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을 중심으로 미국 기업들이 반발을 할 순 있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첨단공정이 가능한 곳은 삼성전자와 TSMC 뿐"이라면서 "공급망을 확보하고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목표가 있는 만큼 무조건 인텔의 말을 따라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