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중앙은행 외환시장 개입 선언…역풍 불러올수도
리라화 가치 올해 반토막…골드만삭스 "순외환보유고 마이너스 상태"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터키 중앙은행이 1일(현지시간) 리라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외환보유고 여유가 많지 않아 리리화 가치 하락을 막기 어렵고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속적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행태가 계속되는 한 터키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터키 중앙은행은 이날 달러·리라 환율이 비정상적이라며 리라화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외환보유고 달러를 매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선언은 공식적으로 2014년 초 이후 거의 8년 만이다. 하지만 2019년과 지난해에도 비공식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터키는 공식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선언한 2014년 초 외환보유고 32억달러를 소진했고 2019년과 2020년에도 외환보유고 수 십억달러를 소진했다. 지속적인 외환시장 개입으로 지난해 터키의 외환보유고는 2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발표가 있기 전 이날 달러·리라 환율은 달러당 13.87리라를 기록하며 리라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중앙은행의 발표 뒤 리라가 급등하며 달러·리라 환율이 한때 달러당 12.5리라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달러당 13리라선으로 밀리며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이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이 3~5억달러 가량 달러 유동성을 공급한 것으로 추산했다.
자산운용사 GAM의 폴 내나마라 매니저는 "개입 규모가 매우 큰 것은 아니다"라며 "외환보유고 규모를 감안하면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기준 터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규모는 약 1284억달러다. 중앙은행은 올해 몇몇 해외 중앙은행과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할당 등으로 외환보유고 규모를 꽤 늘렸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외국 중앙은행, 터키 현지 상업은행과의 스와프 계약 규모를 제외한 순외환보유고는 마이너스 468억달러라고 추산했다.
GAM의 맥나마라 매니저도 중앙은행의 순외환보유고가 매우 적거나 마이너스 상태라는 점을 언급하며 중앙은행이 마음껏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시장은 일단 중앙은행이 다시 시장에 개입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를 소진하며 지속적으로 개입할 의사를 내비치면 잠시동안 개입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초만 해도 달러·리라 환율은 달러당 7.4리라 수준이었다. 현재 환율을 감안하면 올해 리라화 가치가 거의 반토막난 셈이다. 5년 전 달러·리라 환율은 달러당 3.5리라 수준이었다.
리라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이유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보장해주지 않고 지속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올해 3월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는 이유로 취임한 지 4개월 밖에 되지 않은 나지 아발 전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9년 7월에도 기준금리 인하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무라트 체틴카야 전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했다.
아발 전 총재 경질 후 취임한 샤합 카브즈오을루 터키 중앙은행 총재는 터키의 물가 상승률이 20%에 육박하고 있음에도 최근 잇달아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다. 카브즈오을루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만 해도 외환시장 개입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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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앙은행은 시장에 개입해도 될 정도의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있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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