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김병찬 스토킹 신고 때 "'증거있어야 도와드린다'는 대화 없어"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김병찬(35)으로부터 스토킹 당해 신변보호를 받던 중 살해당한 30대 여성 A씨의 가족이 "경찰이 '증거가 없으면 도와드릴 수 없다'고 했다"는 취지의 글을 쓴 것과 관련해 경찰이 112 신고 내용 상으로는 그와 같은 대화가 없다고 밝혔다.
25일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에 따르면 피해자 가족이 청와대 청원글과 관련해 "지난 9일 112신고 내용을 확인한 결과, "증거가 없으면 도와드릴수없다 같이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어야 도와드릴수 있다"는 대화는 실제로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신 '경찰관을 보내주겠다 어디로 보내면 되겠느냐'고 112 상황실 경찰관이 물었고 '지금은 현장을 벗어나 먼곳에 있고 피혐의자도 어디있는지 모르겠다'고 답하자, '(현재상황에선 신고건에 대해)할수 있는건 없는데 저녁이나 내일 출근할때 경찰의 도움이 필요하면 다시 연락하면 도와주겠다' 고 응답했다"며 "이후 신고 당일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해 경찰관들이 집까지 동행했다"고 밝혔다.
전날 자신을 최근 발생한 오피스텔 스토킹 살해 사건 피해자 A씨(32)의 남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 B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계획적이고 잔인한 스토킹 살인범에게 살해당한 고인과 유족의 억울함을 호소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누나는 살고자 발버둥 쳤으나 허술한 피해자 보호체계와 경찰의 무관심 속에 죽어갔다"고 했다. 글쓴이에 따르면 살해당한 글쓴이의 누나는 목숨을 잃기 전 경찰에 수차례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글쓴이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지난 7일 김병찬으로부터 협박을 받아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작성한 뒤 다음날까지 임시보호소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이틀 뒤인 9일부터 14일까지는 지인의 집에서 지냈으나, 김병찬은 A씨가 오피스텔에서 모습을 감추자 A씨의 직장으로까지 찾아갔고, 피해자는 다시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B씨는 112 신고 당시 녹취록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지난 9일 112에 전화를 걸어 경찰에 "임시보호소에 있는데 가해자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112 상황실 경찰관는 "(가해자와) 같이 있느냐"고 물었고 피해자는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경찰이 다시 "어디로 갔는지 아느냐"고 묻자 피해자는 "아니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경찰은 "증거가 없으면 도와드릴 수 없다"며 "같이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어야 도와드릴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B씨는 "정말 기가 막히지 않나. 위협을 가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데 피해자가 동영상을 찍을 수 있을까? 셀카라도 한 번 찍자고 해야 하느냐"고 경찰의 대응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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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여성 A씨가 머리 부위에 흉기를 찔린 채 숨졌다. A씨는 소방대원이 출동했을 당시 의식은 있었으나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끝내 숨졌다. A씨는 데이트 폭력 신변보호 대상자였다. 그는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두 차례 긴급 호출했다. 하지만 시스템적인 한계 등으로 인해 신고 위치가 잘못 표시되는 등의 이유로 인해 경찰의 출동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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