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라진 '폰파라치'에 점주들 안도…시장안정화 규제는 필요
실효성 의문 높던 불법보조금 신고제
잠정 중단되자 휴대폰 점주들 안도
연말 공짜폰 대란 또 불거질 수도
단말기유통법 근본적 손질 필요
[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만원이라도 더 빼 달라고 끈질기게 조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했는데, 바로 걸렸어요. 폰파라치(휴대폰+파파라치)더라고요.”
이동전화 불공정행위 신고포상제, 이른바 ‘폰파라치’ 제도가 잠정 중단된 이후 첫 날인 16일 휴대폰 유통점주들은 대부분 제도 폐지를 환영하는 모습이었다. 불법보조금을 유도한 뒤 이를 신고해 포상금을 받아내는 악의적 폰파라치들로 인해 더는 마음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강서구에서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는 불법보조금으로 신고 당한 작년 9월만 생각하면 아직도 답답하다. 한 손님의 끈질긴 추가지원금 요구에 마지못해 응한 것이 화근이었다. A씨는 "딱 1만원 더 (지원)해주고 300만원 환수당했다"며 "그 일 이후로 멀쩡한 손님도 보조금 이야기만 하면 건수 잡으러 온 사람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불법보조금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 폰파라치 제도는 이동통신 유통시장에서 과도한 불·편법 영업행위를 막기 위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말기유통법) 시행 이전인 2013년 1월 이동통신사들이 도입한 자율규제제도다. 암암리에 지급되는 불법보조금으로 인한 소비자 차별을 막고 건전한 유통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지난 8년간 신고포상제는 당초 취지와 달리 시장 안정화 효과는 미미한 반면, 거액의 포상금을 노린 직업적 폰파라치만 키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14년 단말기유통법 시행과 맞물려 불법 보조금 경쟁은 한층 심화됐고 오히려 일각에서는 경쟁 업체끼리 제도를 악용하는 부작용마저 확인됐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지급된 포상금액은 120억5487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인당 포상금은 평균 274만원에 달했다.
업계에서도 득보다 실이 많았던 제도로 폰파라치 제도를 꼽는다. 을지로입구역 인근 휴대폰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포상금 사냥꾼만 늘어났을 뿐, 오히려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폰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진 것"이라며 "판매자도, 구매자도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상한 시장을 만들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불법 보조금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며 실효성이 떨어진 데다, 최근 정부가 추가 지원금 한도를 상향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이번 중단의 배경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폰파라치 제도가 사라지면서 올 연말 대놓고 불법보조금을 쏟아내는 ‘공짜폰 대란’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낮은 실효성과는 별개로 적절한 수준의 규제부터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10년 이상 판매점을 운영 중인 B씨는 "지금 온라인에서는 불법보조금 20만원 이하까지는 단속하지 않는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는데, 제대로 안 잡으면 사업주나 소비자 모두 피해보게 될 것"이라며 온라인 시장 중심의 실효성 있는 규제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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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유통법에 대한 근본적 손질을 요구하는 이들도 많다. 판매점주 C씨는 "사업자마다 판매 스타일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줘야 한다"며 "완전경쟁으로 출혈경쟁을 하자는 것은 아니고 보조금 수준은 높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휴대폰 판매·대리점의 추가지원금 한도를 공시지원금의 30%까지 상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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