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공유지의 비극' 다른 나라는 모르나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주인이 따로 없는 초원에선 목장을 꾸리는 누구나 소를 몰아 풀을 뜯기게 할 수 있다. 풀을 뜯는 소가 많지 않을 경우엔 별 문제가 없지만 그 숫자가 많으면 초원은 금세 황무지로 변하게 된다. 아무도 돌보지 않아 발생하게 되는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이다.
최근 각국의 대응을 보면 기후변화에서도 ‘공유지의 비극’이 나타날 조짐이 높아지고 있다. 주요20개국(G20) 정상들은 탄소중립시점을 ‘2050년’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대신 ‘이번 세기 중반까지’라는 문구로 대체했다. 특히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은 급격한 탄소감축방침에 반대가 거세다. 중국은 탄소중립 달성시점을 2060년으로 제시했고 인도는 미적대다 2070년 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빨리’ 이행한다는 문구만 적시됐고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 역시 중기적 목표로 추진한다는 점만 선언문에 담겼다.
이미 유엔은 최근 보고서에서 각국이 줄이겠다는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적용해도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온도가 2.7℃ 상승한다고 우려했다. 이는 기후 재앙의 변곡점으로 꼽히는 2℃ 상승을 훌쩍 넘어서는 것이다.
재앙수준의 전망에도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어깃장을 놓는 이유는 이미 대응에 돌입한 선진국과 달리 따라가기 버겁기 때문이다. 또 성장의 과실을 이미 빼앗긴 상황에서 경제발전할 기회도 없이 새롭게 대응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인류의 생존도 중요하지만 지금 먹고사는 문제 또한 쉽게 간과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친환경에너지 사용을 늘려야 하는데, 개도국은 물론이고 선진국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부분이다. 특히 친환경기술은 노동 보다는 자본이 집약된 산업이다. 개도국과 저개발국가의 경우 정치상황도 불안하다. 이 때문에 보이지 않는 규제가 많다. 그만큼 자본투입에 대한 비용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저탄소로의 전환을 위해 에너지 분야에만 향후 수 십 년 간 연평균 3조5000억달러가 요구된다고 추산했다.
선진국들은 기후변화 대응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강조한다. 마크 카니 전 영란은행(BOE) 총재는 최근 자신의 저서 ‘가치(Value)’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계기로 사회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탄소배출 순(純)제로를 추진하려면 모든 경제요소의 전환이 필수인 만큼, 그 과정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에너지 등 탄소중립과 직결되는 산업 뿐 아니라 금융도 발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의 꼬리위험이 현 시점에 주요 문제가 되는 경우가 적잖다. 기후대응 문제가 그렇다. 기후대응이 거대한 흐름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유럽을 중심으로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해 탄소국경세 등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한국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2050년 석탄발전 중단을 선언했다. 또 COP26에선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40% 달성을 천명했다. ‘공유지의 비극’을 피한다는 글로벌 차원의 공익에는 부합한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우리만큼 에너지 전환 속도를 급격히 높이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탄소중립에 미온적인 나라들은 의무가 아닌 만큼 실익을 최대한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공유지의 비극’을 다른 나라도 모를 리가 없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