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노쇼·문상 사기까지…중고거래 백태
코로나19 이후 거래 활발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아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대학생 임예은(23)씨는 몇 해 전 아이돌 그룹 엑소의 굿즈(아이돌 관련 상품)를 사려고 한 중고거래 플랫폼을 활용했다. 판매자가 택배 배송을 원해 계좌로 돈을 부친 후 연락처까지 공유했다. 하지만 "운송장을 보내주겠다"던 판매자는 돌연 연락이 끊겼다. 게시글은 삭제됐고 프로필도 초기화됐다. 피해액이 5만원가량이었지만 억울한 마음에 임씨는 경찰서를 찾았다. 하지만 경찰에 출석해 진술서를 써야한다는 얘기에 결국 신고는 포기했다. 임씨는 "번거롭기도 했지만 경찰에 출석해야 한다는 낯선 경험이 두려웠다"고 말했다.
중고거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0년대 출생)를 중심으로 소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남이 썼던 걸 어떻게 쓰느냐’는 선입견은 옛말이 됐고 소비의 선택지를 넓힐 수 있는 하나의 시장으로써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옷과 책, 생필품 등 일상 용품을 비롯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까지 거래가 이뤄진다. 특히 한정판 상품을 구매해 차익을 붙여 파는 ‘리셀(resell) 테크’가 크게 유행하면서 중고 거래 시장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대면 직거래나 계좌이체를 통한 거래 등이 주를 이루는 중고거래 시장에서 사기와 절도 등의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5시경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정문 인근에서 900만원대의 오메가 손목시계를 중고구매할 것처럼 접근한 남성이 시계를 착용한 채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새벽 시간에 피해자를 만난 해당 남성은 피해자에게 "시계를 한 번 차봐도 되느냐"고 부탁했고, 승낙을 받아 시계를 착용한 범인은 갑자기 돌변해 피해자가 챙겨 온 보증서까지 들고 도주했다. 경찰은 해당 남성을 추적 중에 있다.
문화상품권 거래를 활용한 신종 금융사기도 눈에 띈다. 대학생 김모씨는 문화상품권을 A씨에게 팔았다. 그런데 A씨는 해당 상품권을 B씨에게 판다고 속여 B씨로 하여금 김모씨에게 돈을 이체하게 했다. 돈을 송금하는 시차를 이용해 상품권을 가로챈 것이다. A씨는 상품권만 챙겼고 김씨는 상품권을, B씨는 돈을 사기당했다. 이후 돈을 입금한 B씨가 김씨의 계좌를 사기계좌로 신고해 계좌가 정지되면서 김씨는 한동안 각종 납부, 이체 등을 하지 못하는 등 은행 거래를 할 수 없어 곤욕을 치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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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에 접수된 중고거래 사기 피해 건수는 지난해 12만3168건으로 집계돼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피해 건수가 10만건 이상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고거래 사기 피해 건수는 2014년 4만5877건에서 2019년 8만9797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매년 1만5000건 내외 수준에서 증가 추세를 보이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한 지난 한 해 동안 전년도와 비교해 3만건이 넘는 피해 건수가 더 발생했다. 모바일 중고거래 플랫폼들이 활성화된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피해금액도 지난해말 기준 897억원으로 900억원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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