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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끊기네" KT 초유의 통신먹통, 탈통신 행보에도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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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월요일 오전부터 전국적인 서비스 장애를 일으킨 KT 유무선 인터넷 먹통 사태 여파는 26일에도 일부 이어지고 있다. KT가 자부해온 통신망 운영과 유지보수 기본이 흔들리며, 그간 인공지능(AI), 미디어 콘텐츠 등 신사업을 확대해온 KT의 탈(脫)통신 행보에도 불똥이 불가피하다. 특히 KT로선 지난 4월 유튜버 잇섭의 폭로로 KT가 10기가 인터넷 서비스 속도 논란에 휩싸인 지 몇 달 되지 않아 또 인터넷 관련 문제가 터졌다는 점도 뼈아프다.


◆약 85분만에 복구…아현 사태 3년 만에 또 먹통

업계에 따르면 전국적 서비스 장애는 전날 약 85분 만에 복구 됐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이날 오전까지도 인터넷 끊김 현상이 확인된다.

오전 일찍 출근한 직장인 박 모씨는 "어제 사무실 마비 상태로 밀린 업무가 있어 일찍 출근했는데, 10분 간격으로 인터넷이 자꾸 끊기니 (업무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며 "다 복구된 게 아니었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요 커뮤니티에는 이날 오전 일찍부터 "아직도 안끝났냐", "아침부터 잘 보고 있던 KT IPTV가 갑자기 안된다", "인터넷이 또 안되는데 다른 분도 안되냐" 등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번 먹통 사태는 우리 사회의 인터넷 의존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며 언택트 사회의 급소를 찔렀다는 평가다. 특히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이 다수 이뤄진 만큼 파장은 더 컸다. 역설적으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언택트, 초연결 사회가 얼마나 취약한지 확인하는 계기였던 셈이다.


KT의 인터넷 먹통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KT 아현국 화재 이후 불과 3년 만인데다, 서비스 장애 지역도 전국으로 더 컸다. 당시에도 서울 중구, 용산구, 서대문 일대에 통신 장애가 빚어지며 자영업자, 거주자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혼란이 발생했다.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을 시행하겠다"는 황창규 당시 KT 회장의 사과가 무색하게끔, 불과 3년 만에 전국적 먹통 사태가 빚어진 셈이다.

25일 오전 KT 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한 시간 넘게 장애를 일으키면서 전남 구례군 마산면 한 식당 입구에 '전산망 오류로 인해 카드 결제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1.10.25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5일 오전 KT 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한 시간 넘게 장애를 일으키면서 전남 구례군 마산면 한 식당 입구에 '전산망 오류로 인해 카드 결제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1.10.25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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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통신사업자 역할 충실해야" 쏟아지는 비판

이에 따라 탈통신에 주력해 온 KT가 비통신 사업에만 역량을 집중하면서 가장 기본인 통신망 운영과 유지보수에 소홀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국가 대표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충실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일명 ABC를 앞세워 '통신사(텔코)'가 아닌 '디지털 플랫폼기업(디지코)'으로의 전환 방침을 강조해왔다. 사실상 이동통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단계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복안이었지만, 미디어 콘텐츠·로봇 서비스 등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본업인 통신사업에 소홀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KT의 제2노조인 KT 새노조는 "100년 통신기업에서 휴먼에러로 전국 인터넷 통신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게 지금의 KT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통신 업계 매출 1위인 KT의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액은 86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0% 줄었다.


향후 KT의 탈통신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적 먹통 사태를 둘러싼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거센 만큼 당분간 기본 네트워크 인프라를 강화하는 데 주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KT는 조만간 예정된 신사업 관련 간담회 등 공식 일정을 미루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다.


공교롭게도 KT는 먹통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전날 오전 AI 서비스를 소개하는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구 대표가 직접 나서 "24시간 365일 AI가 응답하도록 할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구 대표는 "KT는 통신과 플랫폼을 통해 충분한 데이터를 갖고 있고, 많은 투자를 통해 AI 기술 역량을 굳건히 다져왔다"며 KT가 통신·플랫폼 인프라 역량을 기반으로 국내 대표 AI 강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으나, 직후 전국적 먹통 사태로 체면을 구겼다.


◆상반기엔 '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 도마 올라

더욱이 KT는 올 상반기부터 초고속 인터넷 속도 고의 저하 논란 등 인터넷 관련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당 논란은 앞서 유명 IT 유투버 ‘잇섭’이 유튜브 채널에 자신이 이용하는 KT 10기가(10GB bps) 인터넷 상품 서비스가 실제로는 100분의 1 수준인 100메가(MB bps)에 불과한 속도로 제공돼왔다고 폭로하면서 확산했다. 사태가 커지자 구현모 KT 대표가 직접 공식사과에 나섰고, 정부 실태점검 결과 계약한 인터넷 속도보다 낮은 속도를 제공한 것이 확인돼 과징금 5억을 내야만 했다.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인터넷 논란이 불거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먹통 사태가 빚어진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한 네티즌은 "휴대폰, 인터넷, IPTV 등 가족 모두 KT 결합상품을 사용 중인데, 결합상품이 오히려 불안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네티즌도 "잇섭 사태(초고속 인터넷 속도 고의 저하 논란) 후에도 KT 상품을 유지해왔는데 진지하게 고민된다"고 언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무선과 달리 유선통신 시장점유율에서는 2월 기준 KT가 41%로 1위이다. 이어 SK텔레콤 29%, LG유플러스 20% 순이다.


또한 KT는 사태 직후 섣부르게 먹통 사태의 원인을 ‘대규모 디도스 공격’으로 추정했다가 불과 2시간여만에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로 정정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불필요한 혼선을 야기했을 뿐 아니라, 디도스 대응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로서 체면도 구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우팅은 네트워크 내에서 통신 데이터를 전송할 경우 최적의 경로를 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사들은 이를 통해 대규모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인터넷망이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라우팅 관련 설정치가 잘못 지정돼 트래픽이 특정 네트워크로 쏠렸을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한편 전날 오전 11시20분께부터 KT 유무선 인터넷이 마비되며 업무용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기업, 병원, 학교 등에서 전국적으로 먹통 사태가 잇따랐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KT 망을 사용하는 식당 등 상점에서는 결제시스템, QR인증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했다. 증권가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불통으로 혼란이 가중됐다. 온라인상에서 전 세계에 생중계된 '2021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전도 중단됐다.


먹통이 된 네트워크는 약 30~40분 이후 일부 정상화됐고, 약 85분 후인 오후 12시45분께 완전히 정상화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일부 지역에선 인터넷 끊김 등 불안정한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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