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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男 무슨 생각 하겠냐" 레깅스 성적 대상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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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 민망하니 다른 옷 입어라" 독서실서 경고받은 사연 논란
美 대학서도 '레깅스 논쟁' 일자, 학생들 레깅스 입고 시위
전문가 "의복 아닌 '시선' 문제…누구나 의복 선택 자유 있어"

레깅스를 입은 사람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레깅스를 입은 사람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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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독서실 관리자로부터 "사춘기 남학생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냐"며 '레깅스 차림'으로 오지 말라는 주의 받았다는 재수생 사연이 논란이다.


레깅스 수요가 높아지면서 최근 온라인상에선 레깅스 복장을 두고 여러 차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레깅스가 성적으로 비쳐질 수 있으니 이런 차림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일부 시선 때문에 왜 복장에 제약을 받아야 하느냐는 주장이 대립한다.

전문가는 누구에게나 레깅스를 비롯한 다양한 의복을 선택할 자유가 있으며, 타인으로부터 성적 대상화 되지 않을 자유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사춘기男 왔다갔다하는데, 조심 좀 하라"…독서실서 '레깅스 입지 말라' 지적 당해


지난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춘기 남학생들 있다고 독서실에 레깅스 입고 오지 말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재수 중인 20세 여성이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레깅스를 입고 독서실에 갔다가 관리자로부터 복장 지적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A씨는 "오늘 독서실 관리하는 60대 초반 주인 아주머니가 대뜸 저를 부르더니 '옷이 너무 민망하니 다른 거 입고 다녀라'라고 하시더라"며 "긴 티셔츠로 안 민망하게 잘 가리고 다닌다고 했지만, '그래도 민망하다. 사춘기 남학생들도 왔다갔다하는데 아가씨 보면 무슨 생각 하겠냐. 좀 조심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너무 어이없어서 대판 싸웠다. 대체 레깅스가 야한 옷도 아니고 잘 (가리고) 다니는데 제가 이상한 거냐. 사춘기 남학생들과 레깅스가 무슨 관계냐"라며 독서실 관리자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20살 재수생 여성이 독서실 주인으로부터 '레깅스 차림'으로 오지 말라는 주의를 받았다는 내용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이 화제다. 사진은 여성이 독서실 주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0살 재수생 여성이 독서실 주인으로부터 '레깅스 차림'으로 오지 말라는 주의를 받았다는 내용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이 화제다. 사진은 여성이 독서실 주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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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캡처본에는 A씨가 "(독서실 비용)환불해달라. 교복 치마 짧게 줄이고 다니는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말씀하시냐"고 반발하자, 관리자가 "학생들은 어리고 A씨는 아가씨인데 쫄바지 같은 거 입고 다녀서 그런 거다. 환불은 해주겠다. 화가 난 거면 마음 풀어라"고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본 시민들 반응은 엇갈렸다. 누리꾼들은 "누가 뭘 입든 개인 자유 아니냐" "남의 옷에 오지랖 부리며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다" 등 A씨 주장에 동조하는 반응이 있는 반면, "본인은 편하겠지만, 남들은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다" "타인의 불편함은 생각 안 하나" 등 레깅스 복장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 美서도 아들 둔 학부모 "대학 캠퍼스서 레깅스 입지 말라" 편지 보내 논란


레깅스 논쟁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 2019년 3월 미국 인디애나주 노트르담 대학교 캠퍼스에선 '레깅스 시위'가 벌어졌다. 이 대학에 재학중인 한 남학생의 학부모가 '여학생들이 레깅스를 입는 것을 멈춰야 한다'는 내용의 공개편지를 보냈고, 이 편지가 학교 신문에 실린 것이 발단이었다.


'레깅스 문제'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이 학부모는 아들의 학교를 방문했다가 레깅스를 입은 수많은 여학생들 때문에 놀랐다면서 "벌거벗은 뒷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피할 수 없었다. 젊은 남성이 그런 여성을 무시하기는 정말 어렵다. 여학생들이 다음에 쇼핑을 갈 때는 아들을 둔 엄마를 생각해 청바지를 선택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편지는 즉각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학생들은 이틀 동안 캠퍼스에서 시위를 열고, 자신의 레깅스 차림을 사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등 항의했다. 시위를 주도한 학생들은 "남성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여성의 복장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 취향은 강요 대상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모든 성별의 사람이 캠퍼스에서 자유롭게 레깅스를 입도록 장려했다.


일상복으로 자주 이용되는 레깅스. /사진=연합뉴스

일상복으로 자주 이용되는 레깅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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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적 공방으로 이어진 레깅스 논란, 대법원 '성적 대상화 되지 않을 자유' 판단


레깅스 관련 논란은 국내에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2018년 버스에서 레깅스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8초간 몰래 촬영한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은 가해자 남성 B씨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리면서 '자신의 의사에 반해 타인으로부터 성적 대상화 되지 않을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명시했다.


당시 이 재판의 쟁점은 신체를 직접 노출하지 않고, 일상복으로도 많이 착용하는 레깅스를 입은 사람을 몰래 촬영한 것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촬영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판단, B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신체 노출 부위가 적고, 일상복과 다름없는 레깅스를 입은 신체는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유죄 취지로 뒤집었다. 재판부는 반드시 노출된 옷이 아니라도 몸에 밀착해 굴곡이 드러나는 경우,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에 해당할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2심을 맡은 의정부지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의사에 의하여 드러낸 신체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촬영하거나 촬영 당했을 때에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이 유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불법 촬영을 처벌하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에 대해 "피해자의 '성적 자유'와 함부로 촬영 당하지 않을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라고 설명하면서 "성적 자유는 자기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를 의미한다"고 최초로 판시했다. 앞서 법원은 성적 자유에 대해 주로 '원치 않는 성행위를 하지 않을 자유'라고 판시해왔는데, 그 의미를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전문가는 누구에게나 레깅스를 비롯한 다양한 의복을 선택할 자유가 있으며, 타인으로부터 성적 대상화 되지 않을 자유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비단 레깅스뿐만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차림이 있을 수 있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는 있다. 다만, 레깅스는 일상에서도 사람들이 자주 입는 의복이고, 입는 것은 개인 자유"라며 "대법원 판결은 사람을 성적 대상화 하는 문제는 사람의 신체나 의복 문제가 아닌, 그걸 바라보는 '시선'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구나 자기 자신이 원하는 차림을 할 자유가 있으며, 그런 차림에 대해 타인으로부터 성적 대상화 되지 않을 자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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