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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2년 전 약속 왜 아직도 안 지켜요?" 아이가 물었다…형제 죽고 홀로 남은 돌고래 방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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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핑크돌핀스, 벨루가 방류를 위한 1인 시위 진행
"2019년 10월 방류 약속…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방류하지 않아"
아쿠아리움 "코로나19로 업무 순연돼…노력 지켜봐달라" 해명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지하1층 입구에서 벨루가 방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한 박성령 씨의 모습. 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지하1층 입구에서 벨루가 방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한 박성령 씨의 모습. 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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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벌써 2년이 지났는데 왜 약속을 아직 안 지키죠?"


20일 오후 아쿠아리움이 위치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지하1층 입구.

오가는 사람으로 붐비는 가운데 박성령 씨(30대)가 '흰고래 벨라를 제발 넓은 바다로 보내줍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섰다. 이는 동물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가 진행하는 릴레이 1인 시위로, 아쿠아리움에 전시된 벨루가(흰 돌고래) '벨라'의 방류를 촉구하기 위해 지난 9일부터 시작됐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며 오는 24일까지 진행된다.


이날 시위에 나선 박씨는 "이번주 생일을 맞아 뜻깊은 일을 하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동물권에 관심이 많아 과거 동물보호단체 등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그는 "핫핑크돌핀스가 꾸준하고 집요하게 벨루가 방류 이슈에 집중하는 것에 끌렸다"고 참여 계기를 밝혔다.


박씨는 "'벨루가 방류를 위해서 제가 어떻게 하면 돼요?', '(벨루가 방류 촉구) 서명은 어디에서 해요?'라고 물어오는 시민들이 참 귀하고 고마웠다"며 "그런 용기들이 모여 벨라를 방류시킬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롯데월드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나와 문구를 읽어주기도 했다"며 "그 작은 호기심들이 정말 소중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람들은 박씨가 손에 든 팻말을 흘깃 쳐다보며 지나가거나 한참을 멈춰 서서 문구를 읽어보기도 했다. '수고한다'며 박씨에게 음료를 건네는 20대 커플도 있었다. 핫핑크돌핀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지난 시위 후기에 따르면 시위 참여자의 팻말을 본 한 아이가 "왜 아직도 (벨루가 방류) 약속을 안 지켜요?"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롯데월드몰에서 나와 지하철 방향으로 향하던 박지훈 씨(50)도 박씨에게 말을 건네 무슨 상황인지 물었다. 기자가 '벨루가 전시에 대해 알고 있었냐'고 묻자 박씨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면서 "벨루가를 자연으로 방생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벨라의 유영을 구경하는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벨라의 유영을 구경하는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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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10월 문을 연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개장 당시 세 마리의 벨루가를 반입해 전시해왔다. 전시 3년 만인 지난 2016년 4월 벨로(당시 5세)가 사망한 데 이어 2019년 10월 벨리(당시 12세)가 숨지면서 벨루가 방류에 대한 동물보호단체의 요구가 잇따랐다. 두 개체 모두 패혈증으로 사망했으며, 야생에서의 벨루가 평균 수명은 30~35년이라고 알려져 있다.


비판이 거세지자 지난 2019년 10월24일 아쿠아리움 측은 세 마리 중 유일하게 남은 개체 벨라를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년이 현재까지 벨라가 방류되지 않은 채 전시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17일 아쿠아리움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까지 방류적응장으로 이송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아쿠아리움 내부, 관람객으로 붐벼…특히 벨루가 인기 높아


평일 낮이었지만 가족·연인·친구 등과 함께 아쿠아리움을 찾은 손님들이 많았다. 특히 아쿠아리움의 마스코트 '루루'의 모델인 벨루가의 인기가 가장 높아보였다. 벨라가 전시된 벨루가존 수조 앞은 벨라의 유영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어린 아이들은 수조 앞을 뛰어다니며 벨라를 신기해했다.


벨루가를 보러 왔다는 한 20대 커플은 "흰 돌고래가 신기하고 예뻐서 한참 봤다"고 말했다. 반면 6살 아들과 함께 방문한 이정은 씨(40대)는 "아이들한테는 신기한 광경이겠지만, 사실 (전시된 개체들이) 답답하고 불쌍해보인다"고 했다.


이밖에도 아쿠아리움 내부에는 멸종위기종인 훔볼트 펭귄, 나폴레옹 피쉬, 매부리바다거북 등 많은 개체가 전시돼있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내부에 전시된 훔볼트 펭귄(좌)과 매부리바다거북. 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내부에 전시된 훔볼트 펭귄(좌)과 매부리바다거북. 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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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속히 전시 중단해야"vs"최선의 상태로 방류하기 위해 노력 중"


동물보호단체는 아쿠아리움 측이 2년이 지난 현재까지 방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핫핑크돌핀스 서울지부장인 나영 활동가는 "아쿠아리움 측은 벨루가 방류를 위해 네 차례 정도 회의를 했다고 밝혔지만 그보다 더 많은 회의가 있었어야 한다. 보여주기식 회의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면서 "방류를 위한 작업 과정이나 진행상황에 대해 일절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벨라의 현재 건강상태를 걱정했다. 그는 "지난해 2월 모니터링 당시에 비해 최근 벨라가 스트레스 행동을 많이 보이고 있다. (벨라가) 꽥꽥 소리를 지르거나 수조를 빙글빙글 도는 정형행동을 보였고, 몸에 상처가 많아졌다는 점에서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의심이 든다"는 추측을 내놨다. "(앞서 사망한 벨로와 벨리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현재 12세인 벨라가 언제 숨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도 염려했다.


나영 활동가는 "내일 당장 방류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벨라를 위해 하루 속히 전시를 중단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방류 준비를 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벨라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모습. 이를 두고 동물보호단체에선 스트레스로 인한 정형행동이라고 주장한 반면 아쿠아리움 측에선 일종의 놀이 혹은 습관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벨라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모습. 이를 두고 동물보호단체에선 스트레스로 인한 정형행동이라고 주장한 반면 아쿠아리움 측에선 일종의 놀이 혹은 습관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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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아쿠아리움 측은 벨라 방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쿠아리움 관계자는 "현재 방류기술위원회를 꾸려 서식지 환경평가, 건강평가, 적응력 평가 등을 진행 중"이라며 "방류기술위원회 외에도 자체적으로 벨루가 훈련과 검사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방류 시기가 늦춰졌다는 지적에 대해선 "코로나19로 인해 접촉하던 기관들과의 업무가 순연돼 당초 방류 목표 시기로 잡았던 올해는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벨라가 정형행동을 보인다는 추측에 대해선 "특정 시간대의 행동만을 보고 정형행동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일종의 놀이나 습관으로도 볼 수 있다"며 "자연습성 유도행동 풍부화를 하루 10회 이상 진행하고 다양한 먹이에 적응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다. 또 현재 아쿠아리스트와 수의사가 매일 정기검진을 통해 벨라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벨루가가 안전하게 이송될 수 있도록, 제일 건강하고 안전한 상태로 방류될 수 있도록 저희가 누구보다도 노력하는 중이다. 지켜봐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방류기술위원회에 소속된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방류) 후보지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지만 (적절한) 곳이 아이슬란드 외에는 없어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현재 논의 상황을 전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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