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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원짜리 컴퓨터' 라즈베리파이를 아시나요 [임주형의 테크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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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라즈베리파이 재단서 설계한 SBC
단일 기판에 반도체 집적한 저렴한 컴퓨터
청소년 프로그래밍 교육 위해 제작
개발도상국 교육·연구소·공장 등 폭넓게 쓰여

지난해 출시된 라즈베리파이 4 단일보드컴퓨터. /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지난해 출시된 라즈베리파이 4 단일보드컴퓨터. /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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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오늘날 PC는 우리 삶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물건이 됐습니다. 사무실은 물론 일반 가정집에서도 PC로 사무를 보거나 여가를 즐깁니다. 하지만 평균 소득이 낮은 개발도상국에서 PC는 여전히 중산층 이상 가정만 보유하고 있는 고가의 제품인 경우가 많습니다.


'4차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정보화 시대에 PC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 만큼이나 심각한 부의 격차는 없을 겁니다. 이 새로운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탄생한 단돈 4만원짜리 컴퓨터가 있습니다. 프로그래밍 교육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개발된 '단일 보드 컴퓨터(SBC·Single Board Computer)' 라즈베리파이입니다.

청소년 '컴퓨터 교보재'로 개발된 라즈베리파이


라즈베리파이는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 중 하나인 케임브리지대학교로 유명한 영국 케임브리지셔에 자리 하고 있는 자선단체, '라즈베리파이 재단'에서 설계한 컴퓨터입니다.


재단은 지난 2009년 설립됐습니다. 창립자 중 한명인 에벤 업튼은 케임르비지대 세인트 존스 칼리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IT 전문가였는데, 당시 그는 영국 내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는 청소년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염려하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노트북 등 전자기기가 늘어나는 와중에 프로그래밍 지식을 갖춘 청소년이 줄어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업튼은 지난 2012년 한 컴퓨터 전문 매체와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설명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12년 한 강연회에서 라즈베리파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개발자 에벤 업튼. / 사진='TED' 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 2012년 한 강연회에서 라즈베리파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개발자 에벤 업튼. / 사진='TED'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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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업튼은 "현대 청소년들은 지난 1980년대에 비해 프로그래밍 가능한 컴퓨터 하드웨어를 사용할 기회가 별로 없다"며 "이 때문에 프로그래밍 지식을 갖춘 18세 이하 청소년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고가의 완성품 전자기기는 넘쳐나지만 정작 '교보재'가 되어 줄 컴퓨터는 부족했다는 뜻입니다.


업튼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비드 클리블리, 롭 뮬린 등 뜻이 맞은 연구자들과 함께 기금을 모아 재단을 설립하기에 이릅니다.


이렇게 탄생한 재단은 케임브리지대 컴퓨터 공학 연구소, 그리고 글로벌 컴퓨터 제조기업인 미국 '브로드컴'과 협업해 '교육용 컴퓨터' 설계에 착수합니다. 재단의 목표는 세상에서 가장 저렴하고 다루기 쉬운 컴퓨터를 만들어 전세계 학교에 보급하는 것이었습니다.


최소 5000원짜리 SBC…연간 판매량만 수천만개


재단은 SBC에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SBC는 컴퓨터 기능에 필수적인 다양한 반도체들이 단 한 개의 실리콘 기판 위에 집적된 컴퓨터를 의미합니다. PC에 비해 확장성이나 성능은 부족하지만, 대신 훨씬 저렴하고 휴대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재단이 직접 설계한 SBC인 '라즈베리파이'는 지난 2012년 처음 시장에 출시됐습니다. 영국 본사에서 설계돼 중국과 대만에서 생산되는 방식이었습니다. 가격은 저렴한 '라즈베리파이A'가 25달러(약 2만9500원), 보다 높은 성능을 추구한 '라즈베리파이B'가 35달러(약 4만1000원)로 4만원대에 불과했습니다.


라즈베리파이의 판매 실적은 그야말로 대성공이었습니다. 지난 2012년 미국 IT 전문 매체 '엔가젯'에 수록된 재단 측의 회고록을 보면, 판매가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너무 많은 소비자들이 홈페이지에 몰리는 바람에 재단 서버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약 4000~5000원에 판매되는 초소형 SBC '라즈베리파이 피코' 모습 / 사진=라즈베리파이 공식 홈페이지 캡처

약 4000~5000원에 판매되는 초소형 SBC '라즈베리파이 피코' 모습 / 사진=라즈베리파이 공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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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즈베리파이 SBC는 지난 2012년 판매 시작부터 2013년까지 1년간 70만개 팔렸습니다. 다음해인 2014년 판매량은 400만개로 무려 5배 이상 폭증했습니다. 지난 2016년에는 1000만개를 기록했고, 가장 최근인 올해 5월까지 무려 4000만개의 SBC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단은 라즈베리파이를 판매한 수익을 모두 신형 컴퓨터 설계에 지출하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라즈베리파이 SBC는 현재 4세대까지 출시됐으며, 가격대는 4만원대부터 9만원대까지 이전보다 더 다양해졌습니다.


재단은 여기에 더해 훨씬 저렴한 가격대의 초소형 장치인 '라즈베리파이 제로', '라즈베리파이 피코'도 출시했습니다. 이 컴퓨터들은 거의 원가 그대로 판매되며, 가격은 각각 5달러(약 5900원), 4달러(약 4700원)에 불과합니다.


개발도상국 교육 이어 '과학의 민주화'까지 이뤄내


재단은 영국 청소년들의 컴퓨터 과학 교육을 돕기 위해 SBC를 만들었지만, 라즈베리파이의 파급력은 영국을 넘어 전세계로 퍼졌습니다. 특히 고가의 PC를 학급에 지급하기 힘들었던 아프리카·아시아의 여러 빈국들은 라즈베리파이 덕분에 학생들에게 코딩 교육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일례로 카메룬의 빈슈아는 물과 전기조차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빈곤한 지역이었지만, 국제 봉사 단체의 도움으로 30개의 라즈베리파이 컴퓨터를 구매해 중학교에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현재 빈슈아 지역의 청소년들은 사상 처음으로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라즈베리파이 SBC를 이용해 컴퓨터 학습실을 차린 카메룬의 한 학교 모습 / 사진=라즈베리파이 공식 홈페이지 캡처

라즈베리파이 SBC를 이용해 컴퓨터 학습실을 차린 카메룬의 한 학교 모습 / 사진=라즈베리파이 공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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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만이 아닙니다. 라즈베리파이는 이제 첨단 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있습니다. 대학 부설 연구소부터 공장에 이르기까지,디지털 기술 도입을 위해 컴퓨터를 필요로 했던 사람들이 라즈베리파이 SBC를 값싼 대용품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라즈베리파이의 성능이 일반 PC에 비하면 턱없이 낮긴 하지만, 대신 훨씬 저렴하고 전력 소모도 적은 데다 '오픈소스(누구나 공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방식이라 목적에 따라 직접 수정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 영국의 유명 과학 저널 '네이처'는 지난해 낸 기사에서 "3D 프린팅, 생물학 연구, 진단 검사 등 여러 분야에 라즈베리파이가 이용되고 있다"며 저렴하고 다목적성이 뛰어난 라즈베리파이 덕분에 '과학의 민주화(democratizing science)'가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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