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녀 살해' 김태현 1심서 무기징역
여론 "양형 이해할 수 없어"
유족 측 즉각 항소 계획
사형제 찬반 논란도 재점화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 침입해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 침입해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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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김태현(25)이 1심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을 두고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동안 흉악범죄자에 대한 판결이 나올 때마다 언급되던 사형제 찬반 논란마저 재점화하는 모습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는 12일 살인·절도·특수주거칩입 등 5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태현의 선고공판을 열고 김태현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형 의견이 나오는 것에 대한 타당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원으로선 형별의 엄격성과 유사 사건과의 양형 형평성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 경력이 없는 점 △반성하는 취지의 반성문을 제출한 점 △법정에서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죄의 뜻을 밝히고 있는 점 △다른 중대 사건 양형과의 형평성 등을 제시하고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할 수 있는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이를 두고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도대체 어떤 범죄를 저질러야 사형이 내려지느냐" "무기징역이면 절차상 가석방도 가능한 것 아니냐" 등 국민 법 감정 측면에선 양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다수다.


반면 법조계 안팎에선 양형 기준을 크게 벗어나는 판결은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 기조와 세계적 추세가 사형제 폐지로 가는 분위기를 거스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살인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근본적인 침해이며 누구나 이런 사건을 본다면 분노를 느낄 것"이라면서도 "다만 사형 역시 합당한 절차와 이유가 있다고 해도 인간 존엄성에 대한 침해란 점에선 다를 바가 없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며 판사가 신이 아니기 때문에 오판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 침입해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검찰 송치에 앞서 무릎꿇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 침입해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검찰 송치에 앞서 무릎꿇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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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검찰도 유족 측 의견을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다만 항소심에서 사형 선고가 내려지고 이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실제로 집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30일 마지막 사형집행 이후 현재까지 사형을 집행한 적이 없다. 이에 국제엠네스티는 2007년부터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했다.

사형 존폐를 둘러싼 논쟁은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홍준표 의원은 앞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개월 된 의붓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계부에 대한 언론 보도를 공유하고 "제가 대통령 되면 반드시 이런 놈은 사형시킬 것"이라며 사형 집행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과거 인터뷰 등을 통해 사형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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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사형을 폐지하고 이를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형 폐지 관련 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9번째다. 국회에선 그동안 총 8번의 사형 폐지 특별법이 발의됐으나 모두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사형제도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 등 시민사회단체도 해당 법안이 발의된 데 대해 "사형제도를 완전히 폐지해 줄 것을 기대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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