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 페미인지 묻는 게 왜 혐오?"…백래시는 이렇게 진화한다
20대 교사 66.7%, 학교에서 백래시 공격받아
전문가 "백래시, 정부·기업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자료 사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사에 따르면, 여교사 10명 가운데 4명이 교육 현장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보복성 공격(백래시)을 당한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를 향한 혐오 공격, 집게손가락 논란 등 페미니스트 사상 검증을 하고 색출해 비난하는 '백래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이런 백래시는 일상 속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대를 향해 '메갈', '페미'냐며 사상 검증을 하듯 묻거나, "페미인지 묻는 게 왜 혐오인가? 부끄럽긴 한가보다"라는 등 조롱하는 식의 댓글도 흔히 볼 수 있다. 전문가는 최근의 백래시는 조직적·공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런 혐오 정서를 정치권·기업 등이 무분별하게 수용하면서 마치 정당한 의견인 것처럼 부추겨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최근 전국 유·초·중·고 교사 1130명(여성 887명·남성 2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교사의 34.2%(여성 37.5%, 남성 19.6%), 특히 20대 여교사 중에서는 66.7%가 최근 3년간 페미니즘 백래시 공격을 당한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래시란 사회적 약자 계층을 향한 지원이나 제도, 페미니즘과 같은 사회 운동을 통한 진보적 변화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뜻한다. 주로 이런 진보적 변화로 인해 자신들의 권력이나 영향력에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에 의해 일어난다.
교사들을 향한 백래시 피해 경험은 '메갈', '페미'냐며 조롱하듯 묻는 행위가 17.4%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공식적인 자리에서 혐오표현 발언 16.6%, 성 평등 수업에 대한 방해 및 거부가 8.2%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교원평가에 '메갈 교사'라고 쓰는 행위, 수업 시간에 맥락과 무관하게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행위 등이 있었다. 페미니스트의 의미 자체가 멸칭, 조롱의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피해를 가한 대상자는 학생이 66.7%로 가장 많았고, 동료 교사(40.4%), 학교 관리자(18.7%) 등이 뒤를 이었다.
앞서 2020 도쿄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는 남성 위주 커뮤니티 회원들로부터 머리 길이가 짧다는 이유로 무차별적 혐오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이때도 온라인상에서는 "숏컷은 페미다" "페미인지 말하라" 등 선수의 사상을 검증하고 그를 비난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는 여성 이슈 관련 기사의 댓글란만 보아도 그 심각성이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페미이면 당당하게 말하지 못할 이유가 뭔가?" "스스로 부끄러우니 감추는 것" 등의 말인데, 이 말 속에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부정적, 조롱의 의미가 함의되어 있다.
백래시는 정부 기관·기업들을 향해서도 가해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기관·기업이 홍보물에 사용한 집게손가락 이미지가 남성혐오를 의미한다며 반발했고, 몇몇 기관·기업은 이미지를 홍보물에서 삭제하거나 사과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집게손가락은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쓰는 표현임에도 남혐이라는 주장을 별다른 검토 없이 받아들여 수정 조치했다.
앞서 전교조가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학교 내 페미니즘 백래시와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사회 인식과 문화'(56.8%)를 꼽았다. 이어 '차별과 혐오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는 교육계 문화'(46.9%), '차별과 혐오 행위에 합리성을 부여하는 언론과 정치권'(42.4%),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37.3%)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는 백래시의 원인 중에서도 페미니즘 혐오에 합리성을 부여하는 정치권·기업 등의 대처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은 "최근의 백래시는 과거와는 다른 경향을 보인다.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조직적, 공격적인 형태로 발전했다. 이를 정부와 정치권, 기업에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마치 정당한 발언, 문제 제기인 것처럼 인식되어버린 부분이 있다. 이에 혐오 공격은 특정 집단에 편승해 더 조직적으로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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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제는 이런 백래시 공격에 다른 방식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과거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혐오에 대항하기 위해 혐오 공격을 똑같이 되돌려주는 '미러링'을 했다면, 이제는 다른 소수자들을 배제하지 않고, 또 다른 혐오를 유발하지 않는 방식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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