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는가 하면, 사전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하고 비밀유지 사항도 위배했다. 선친 때부터 57년을 소중히 일궈온 남양유업을 이렇게 쉬이 말을 바꾸는 부도덕한 사모펀드에 넘길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 임직원, 주주, 대리점, 낙농주, 고객들에게 있어 그것이 대주주의 마지막 책무라고 판단했다."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본계약 발표 이후 홍 회장 측에서 가격 재협상 등 수용하기 곤란한 사항을 ‘부탁’이라며 한 바 있고, 8월 중순 이후에는 돌연 무리한 요구들을 거래종결의 ‘선결조건’이라 내세웠다." (한앤컴퍼니)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로 촉발된 남양유업 매각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회사를 내놓은 쪽과 이를 사려던 쪽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과연 이번 사태의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는 법정에서 판단하게 됐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은 남양유업에 상당히 불리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매각 계약 이후 홍 회장이 변심했을 것이란 관측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매각 소식 이후 남양유업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만도 4000억원이 넘는데 3100억원이라는 매각가격은 말도 안 되는 '헐값 매각'이라는 얘기가 돌면서부터다. 급등한 주가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수년간 40만원 밑돌던 남양유업 주가는 지난 5월 매각 소식이 호재로 여겨지며 한때 81만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두 아들의 직위 유지를 보장해 달라 했다" "백미당을 회사 매각과 별도로 품으려 했다" "더 높은 매각가를 요구했다" 등 홍 회장 측이 무리한 조건 변경을 요구했고, 이를 한앤코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설도 분분하다.
문제는 계약을 이행해야 하는 시점에 홍 회장이 돌연 말을 바꾸고 잠수를 타며 시간을 끄는 등 비상식적인 대응으로 시장과 소비자들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점이다.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눈물까지 훔치며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발표했던 홍 회장이 여전히 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고, 회삿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아 보직 해임됐던 장남과 차남도 각각 회사에 복직하거나 승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처음부터 사퇴나 매각에 진정성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 수년간 불매운동으로 등을 돌린 소비자들은 그닥 놀랄 것도 없다는 반응이다. 온라인에선 "처음부터 여론 잠재우기 위한 쇼였다" "기업 매각이 무슨 당근마켓 거래도 아니고 저리 쉽게 뒤집냐" "불매운동은 계속된다" 등과 같은 비난 여론만 팽배하다. 주식 시장에서조차 남양유업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엔 "불가리스 사태 못지 않은 촌극"이라며 "매각되기 기다리기 보다 손절하는 편이 빠르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선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 간의 소송이 장기간의 진흙탕 싸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 경쟁사 거짓비방 논란,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혐의 등 비상식적인 경영 행태와 오너 리스크로 실추된 남양유업의 기업 이미지는 이번 매각 번복까지 더해져 다시 회복되기는 요원해 보인다. 끝내 오너 자리를 지키든, 회사를 매각하든 그 이후의 결과는 대주주인 홍 회장 일가 스스로가 책임지고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그동안 반세기 넘게 남양유업과 관계를 맺고 일해온 낙농가와 대리점주, 묵묵히 일해온 직원들의 피해는 어떻게 보상해야 할까. 홍 회장은 진정 임직원과 주주, 대리점, 낙농주, 고객들을 위한 대주주의 마지막 책무가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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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경제부 차장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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